귀국 이삿짐 옆 국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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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 연말 미국에서 귀국할 김모(38)씨 가족은 현대자동차가 현지에 수출한 뉴그랜저3.8(기본형)을 타다가 국내에 가져올 계획이다. 그는 이달 초 미국에서 3000달러를 깍은 2만2000달러(2000만원)에 이 차를 구입했다. 옵션을 감안했을 때 동급 차량의 국내 가격은 3500만원이 넘는다. 국내에서 비슷한 조건의 중고차를 사는 것보다도 300만~500만원 가량 저렴하다.

해외 주재원이나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타던 국산차를 국내로 반입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년 이상 해외체류자의 국산차 반입 비중은 2001년 22.9%에서 지난해 38.6%로 크게 늘었다. 반입 국가는 북미권이 90% 이상이고 전체의 80% 이상이 현대차다. 이는 국산차 품질이 좋아진데다 환율 하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해외에서 산 국산차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지 무상보증 적용도 매력이다. 미국의 경우 국내 기준의 두 배가 넘는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증(엔진.변속기 등 동력계통의 경우)을 해주고 있다. 무상보증은 구입 국가 기준이라 국내에서도 동일한 보상을 받게 된다. 올 7월 미국으로 연수가는 이모(43)씨는 인터넷을 통해 현지 딜러점에서 견적서를 받고 국산차를 예약했다. 미국 딜러점은 4000달러 이상 할인을 해줘 국내 가격보다 30% 이상 저렴했다.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지난해부터 국산차 국내 판매가격이 크게 올랐고 환율은 떨어져 올해 미국에서 국산차를 구입한 뒤 가져오면 운송비(약 200만원)를 제외하더라도 같은 조건의 중고차와 비교해 15% 이상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와 미국 판매가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이 국내보다 평균 15% 정도 저렴했다. 하지만 해외 딜러들은 통상 차종에 따라 2000~8000달러 할인까지 해주고 있어 30% 이상 가격차가 생길 수도 있다.

◆ 국산차 반입은=1년 이상 거주 주재원이나 유학생이 귀국 석달 전 본인 이름으로 등록해 가져와야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취득.등록세는 잔존가치(관세청이 정한 중고차 시세)에 맞춰 내야한다. 단,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든 현대차를 가져오면 수입차와 똑같은 관세(8%)를 문다. 수입차는 잔존가치 기준으로 관세와 각종 세금을 포함해 통상 20% 정도의 비용(운반비 제외)이 든다.

김태진.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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