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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이 바라보는건 대권···盧 정부 경험, 꿈 키웠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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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책사'였던 김병준, 신보수론으로 대권까지 노리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당대표실에서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당대표실에서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이후는 없다”는 말을 분명하게 한다. 당직자들 사이에서 “굳이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나”고 할 정도다.

김 위원장은 7월 취임 직후 ‘당 대표 도전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전당대회 출마는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8월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도 “더는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전당대회 출마설을 일축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이 실형을 받을 경우 고향인 경북 고령에서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거냐’는 질문에도 “고향에서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병준은 당권 아니라 대권 꿈꾼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 중인 김병준 위원장. [중앙포토]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 중인 김병준 위원장. [중앙포토]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한국당에서는 “그가 바라는 게 당권이 아니라 대권이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접촉이 잦은 한국당의 한 국회의원은 “대권을 바라보는 건 확실하다. 지금 출혈이 불가피한 당권 경쟁에 나서는 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대권 생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 역시 대권 도전 가능성마저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간에 대선 출마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선 이야기하기는 세월이 한참 남았다”며 도전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위원장이 최근에 냈던 책 두 권도 모두 대통령과 관련돼있다.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2012), 『대통령 권력』(2017)이다. 그의 정치 경험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국한돼있기 때문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누구보다 대통령직에 대한 애정이 커졌을 수 있다.

'신보수' 담론 내세워 세력 재편하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당 가치와 좌표 재정립소위 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당 가치와 좌표 재정립소위 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최근 한국당의 가치 재정립에 올인하고 있다. 그의 취임 뒤에도 ‘대여 투쟁’ 최전선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맡고, 김 위원장은 이념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보수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야권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국가주의 논쟁에 이어 소득주도 성장론의 대항마로 제시한 ‘국민주도 성장’ 등은 이같은 작업의 과정 내지는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개인의 자율과 창의력에 기반을 둬 경제가 성장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다는 서포터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개발독재 향수’를 활용했던 과거 보수 정치인들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수구ㆍ냉전적 사고를 대표하는 안보보수에서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시장보수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보수 세력이 설 자리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을 사실상의 대선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3일 “비대위원장이 된 뒤 국가주의, 먹방 적폐, 국민중심성장론 메시지를 던지면서 친박과 비박 모두 안고 가려는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지적했다.

넘어야 할 산은 범보수 2.9% 수준 낮은 지지율

생각에 잠긴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뉴스1]

생각에 잠긴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뉴스1]

하지만 그가 대선까지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지지율이다. cbs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2.9%를 차지했다. 1위 유승민 의원(13.5%)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보수층으로 대상으로 좁히면 김 위원장의 지지율(0.9%)은 더 초라해진다.

김 위원장의 학자적 성향이 약점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도 있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만약에 진짜 대선을 생각하는 거면 일단 비대위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야 세력도 생기고 다음도 생각할 수 있다”며 “정치판에서는 싸울 줄도, 자기편을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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