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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5] 추석맞이 몰아보기, 이 '웹툰' 어떠세요?

중앙일보

입력

인기 웹툰.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걸어서 30분' '타인은 지옥이다' '계룡선녀전' [그림 네이버웹툰]

인기 웹툰.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걸어서 30분' '타인은 지옥이다' '계룡선녀전' [그림 네이버웹툰]

추석이다. 꽉 막힌 도로 위, 귀성·귀경의 지루함을 견디자니 벌써부터 온몸이 굳어온다. 그래서 추려봤다. 뻐근함을 날려버리기에 웹툰만큼 좋은 콘텐트가 없다. 평소 웹툰에 관심이 있는 이라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그 물량을 보노라면 엄두가 나질 않는 게 사실. 이참에 아래 추천 작품부터 슬며시 발을 담가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재밌게 본 다섯 작품을 추려 주관적으로 평가해봤다.
(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길 부탁드린다. 쏟아지는 웹툰 속에서 명작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공유하면 배가 되니 말이다.)

 ◇ 내 ID는 강남미인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은 외모 지상주의의 광범위한 폭력성을 보여준다. [이미지 네이버웹툰]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은 외모 지상주의의 광범위한 폭력성을 보여준다. [이미지 네이버웹툰]

의미 ★★★★☆
재미 ★★★★
분량 86회(후기 포함)

‘내 ID는 강남미인’의 첫인상을 말하라면 “제목의 불편함 탓에 눈살이 찌푸려진 웹툰”이다. 실제 주변에는 이 제목 탓에 보지 않은 이가 많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웹툰은 한없이 가볍지도, 또 마냥 폭력적이지도 않다. 주인공 강미래는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는 타인의 평가로 인해 놀림거리가 되고, 누군가를 좋아해도 속 시원히 얘기조차 못 한다. 견디다 못해 새로운 대학생활을 꿈꾸며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감행하지만 이번에는 ‘강남미인’이라는 평가가 또 미래를 옥죈다. 본디 쾌활하고 밝은 미래였지만, 계속되는 타자의 평가는 미래를 의기소침하게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이가 어디 미래뿐이랴. 대상 앞에서 외모 품평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회에서 결국 피해자는 우리 모두다. 웹툰 후반 미래는 이렇게 얘기한다. “넌 예뻐서 행복하냐고! 왜 살찌지도 않았는데 빼고 심지어 토하고…왜 꼭 예뻐야 하는 거야. 우리 탓이 아니잖아. 그렇게 불행하게 살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 게 이상한 거잖아.” 굳건한 외모 지상주의의 벽에 조금은 스크래치가 나는 기분이다.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덕에 재연재됐다. 아직 유료화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몰아보길 추천한다. 기맹기 작가. 네이버 완결 웹툰.

 ◇ 타인은 지옥이다

네이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네이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재미 ★★★★
의미 ★★★★
분량 50+

제목만큼이나 그림체도, 스토리도 섬뜩하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는 좁은 고시방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그리고 있다. 인턴 생활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주인공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낡고 오래된 고시원에 묵기로 한다. 그저 이상한 사람들이거니 생각했던 다른 방 손님들, 그런데 왜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살기가 느껴지지?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폭력의 일상성이다. 주인공은 분명 공포를 느끼는데, 주위에선 그저 철없는 학생의 예민함으로 치부한다. 폭력은 고시방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듯 혹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이 고시방일지 모른다는 듯…. 주인공을 향하는 이 시선들 또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결국 주인공은 스스로의 섬뜩함을 애써 부정한다. 그렇게 시간은 지체되고, 결국 일은 벌어진다. 회색과 검정 등 어두운 계열의 색채와 생경한 그림체는, 조바심 자아내는 스토리와 결합해 섬뜩함을 만들어 낸다. 최근 지지부진하던 스토리에 탄력이 붙었으니 아직 보지 못했던 이라면 지금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이 작품이 제목을 차용해온 희곡 ‘닫힌 방’(장 폴 사르트르). 여기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좁은 방에 갇혀 서로의 시선에 괴로움을 느낀다. 불이 꺼지지도 않는, 잠을 잘 수도 없는 방에 갇혀 서로를 욕하고 옥죈다. 결국 한 명이 외친다. “유황불, 장작불, 석쇠...아! 정말 웃기는군. 석쇠도 필요 없어,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귀신? 악령? 좀비? 어쩌면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일지 모른다. 김용키 작가. 네이버 목·일요 웹툰

 ◇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의 웹툰 '유미의 세포들' [사진 네이버]

이동건 작가의 웹툰 '유미의 세포들' [사진 네이버]

재미 ★★★★☆
의미 ★★★☆
분량 300+

웹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다. 2015년 4월 시작해 변곡점 없이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다. 굵직한 사건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여성 ‘유미’의 성장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괜스레 응원하게 만든다. 아, 큰 사건이 없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한 개인의 삶에 있어 사랑과 연애만큼이나 굵직한 사건은 없으니까 말이다. 이 웹툰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설레고, 때로는 슬퍼하며 성장해가는 유미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몸속에는 자유 의지를 가진 세포들이 무수히 많다. 사랑 세포, 출출 세포, 응큼 세포, 감성 세포, 이성 세포, 뒷북 세포, 판사 세포 등이다.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도 모두 머릿속 세포들이 함께 의견을 모은 결과라는 게 이 웹툰의 설정이다. 특히 각 인물이 가진 세포 중 유난히 강력한 힘을 가진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는 ‘프라임 세포’가 돼 그 인물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유미의 프라임 세포는 사랑 세포다. 그렇다고 유미가 꼭 ‘사랑’을 찾아 흔들리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오래도록 유미의 성장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유미의 사랑 세포가 향하고 있는 대상은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그럼에도 이토록 우리가 공감하는 이야기. 유미의 성장사가 곧 우리의 성장사이기에. 이동건 작가. 네이버 수·토요 웹툰.

 ◇ 계룡선녀전

네이버 웹툰 '계룡선녀전'

네이버 웹툰 '계룡선녀전'

재미 ★★★☆
의미 ★★★☆
분량 55화

우연히 들른 계룡산 중턱의 한 찻집.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선녀다방’의 주메뉴는 커피다. ‘사슴의 눈물’ ‘참새의 아침식사’ ‘안돼요 공주님’ 등 이상한 이름의 커피는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마저도 곤히 잠들게 한다. 바리스타는 백발 지긋한 할머니. 그런데 맙소사, 그 할머니가 선녀라니.
우리는 ‘찰나’의 반대를 ‘겁(劫)’이라고 한다. 겁은 선녀가 100년에 한 번 지상에 내려올 때 입고 오는 비단 치마가, 사방 사십리 돌산에 스쳐 이를 다 닳아 없애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겁의 시간에 비하겠느냐마는, 이 선녀의 기다림도 길고 또 깊다. 699년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선녀와, 그 기다림 끝에 선녀 앞에 나타난 두 남자의 인연이 참 모질고 애틋하다. ‘계룡선녀전’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편안해진다. 웹툰에서 그리고 있는 ‘커피’ 같다고나 할까. 선녀의 굵은 눈썹에서 볼 수 있듯 독특하면서도 정겨운 그림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단아한 한복과 고풍스러운 한옥, 커피가 담긴 사발 등 웹툰이 소화한 한국적 미(美)를 보는 재미는 덤이다. 오는 11월 tvN에서 드라마로 방송될 예정이니 그 전에 한 번 몰아보는 것도 좋겠다. 돌배 작가. 네이버 완결 웹툰.

◇걸어서 30분

네이버 웹툰 '걸어서 30분'

네이버 웹툰 '걸어서 30분'

재미 ★★★☆
의미 ★★★
분량 50+

위성은 인력에 의해 행성 주위를 돌고 또 돈다. 지구 곁을 늘 지키며 도는 달처럼 말이다.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은 이름만으로도 서로에게 이끌린다. 위성은과 지구봉. 늘 바쁜 부모님 탓에 밤이면 쓸쓸해지는 위성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달을 향해 ‘집에 같이 가는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소원을 빈다. 그런 위성은 앞에 지구봉은 말없이 나타난다. 학원을 마친 뒤 집으로 향하는 30분, 그렇게 둘은 매일 같은 길을 걷는다. 서로의 주변을 돌고 도는 두 주인공. 달은 지구 주변을 돌면서도 기어이 지구에 가 닿지 못하겠지만, 이 둘은 한 발짝씩, 하루에 30분씩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온도 작가. 네이버 금요 웹툰.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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