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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신임 헌재소장 취임, "흔들림 없는 독립성 확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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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61ㆍ사법연수원 13기) 신임 헌법재판소장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석태(65ㆍ14기)ㆍ이은애(52ㆍ19기) 신임 헌법재판관이 21일 공식 취임했다. 우여곡절 끝에 헌재가 '6인 체제'를 갖췄지만 당분간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긴 힘들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에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신의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신의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신임 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야말로 재판에 대한 신뢰의 초석”이라며 “정치적 사법기관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도 모든 절차에서 중립성을 유지해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0년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30년의 길을 닦는 마음으로 헌법재판소를 가꿔 나가자”고도 했다.

헌재가 처음 설립됐던 1988년과 현재를 비교하기도 했다. 유 신임 소장은 “헌재가 처음 생겨났던 30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며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달, 소득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기후변화 등은 과거에는 상상 못했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헌법원칙도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3년 간 판사 경력 없이 변호사로만 활동헀던 민변 회장 출신의 이석태 신임 재판관은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가슴 설레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회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이 첨예한 분야에서는 중립성과 균형감을 잃지 않고, 갈등을 치유하며 헌법 정신과 화합의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유남석(가운데) 신임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왼쪽) 신임 헌법재판관, 이은애 재판관과 21일 취임식을 마치고 서로 대화하고 있다.[뉴스1]

유남석(가운데) 신임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왼쪽) 신임 헌법재판관, 이은애 재판관과 21일 취임식을 마치고 서로 대화하고 있다.[뉴스1]

이은애 신임 재판관은 다소 진보적인 취임사를 내놨다. 그는 “소득 양극화, 성 평등, 난민 문제 등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가치가 극단적으로 표출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시대상황 가운데 서로 다른 정의에 대한 관념들 속에서 최대한의 교집합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은애 재판관은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에 창설 초기부터 몸담고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둬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국회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에 대해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이석태ㆍ이은애 헌법재판관에 대한 청문 보고서는 야당 반대로 채택하지 않았다. 보수 야당은 수차례 위장 전입 의혹을 받는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자격 미달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두 헌법재판관을 21일 곧장 임명했다. 헌법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국회 동의 없이도 재판관에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몫(3명)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ㆍ이영진ㆍ이종석 재판관 후보자도 현재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임명동의안 가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민·문현경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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