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애 아들에게 남길 유산, 제대로 쓰여질지 걱정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60) 

제 아들에게는 발달 장애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를 불쌍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아들 덕분에 씩씩하게 살았습니다. 아들이 없었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도 없었을 텐데 아들에게 장애가 있으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불편하고 불쾌하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발달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습니다. 제가 없어도 아들이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재산이 있어야 하는데 아들 앞으로 예금을 넣어두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사진 pakutaso.com]

저에게는 발달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습니다. 제가 없어도 아들이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재산이 있어야 하는데 아들 앞으로 예금을 넣어두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사진 pakutaso.com]

그런데 지난해부터 제 건강이 나빠지면서 슬며시 걱정이 생깁니다. 지금은 아들이 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저 없이도 무탈하게 살아가게 하려면 지금부터 복지시설을 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제가 없어도 아들이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재산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아들 앞으로 예금을 넣어둬도 과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들이지만 그런 아들이 환하게 웃어주면 지난한 제 고통도 거짓말처럼 없어졌습니다. 아들도 제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먼저 죽는다고 해도 제가 남긴 유산으로 가끔 그렇게 웃으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장애를 가진 자식이 있으면 누구나 사례자의 고민을 이해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화된 유일한 제도는 장애인 신탁입니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제52조의 2에서 정한 것으로 장애인에게 증여한 재산을 신탁할 경우 5억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에게 5억원까지 증여해야 하고 장애인은 증여받은 재산 전부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탁업자에게 신탁해야 하며, 그 장애인이 신탁의 이익 전부를 받는 수익자이고, 신탁 기간이 그 장애인이 사망할 때까지로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장애인이 신탁을 해지하거나, 신탁 기간에 수익자를 변경하거나, 신탁한 재산 일부를 인출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장애인의 치료비로 사용하더라도 증여세를 납부해야 해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 다행히 최근에 법령이 개정돼 장애인의 병간호비나 치료비, 특수 목적 교육비로는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해졌습니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제52조 2항에 따라 장애인에게 증여한 재산을 신탁할 경우 5억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사진 smartimages]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제52조 2항에 따라 장애인에게 증여한 재산을 신탁할 경우 5억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사진 smartimages]

사례자가 어떤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하지 알지 못하지만 이 외에도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통해 생전에는 사례자가 재산을 관리하거나 수익을 받을 수 있고, 사후에는 아들이 수익자가 되어 아들에게 일정 자산이 전달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또는 유언신탁)보다 간편하고 융통성 있는 제도로서 사례자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 아들에게 안전하게 재산이 승계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 아들이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신탁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 둘 수도 있습니다.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건강을 되찾고 씩씩하게 사시길 빕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