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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조립, 폭스콘 출신이 만든 대륙의 '리틀 폭스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2017년) 중국 저장성 우전(乌镇)에서 펼쳐진 제4회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 애플 팀 쿡CEO는 행사가 끝난 뒤 리쉰정밀(立讯精密)의 쿤산(昆山) 공장을 찾았다. 자사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AirPods) 생산라인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팀 쿡의 방문으로 중국 기업 리쉰정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애플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조립하는 리쉰정밀 #창립자가 폭스콘 출신…시총 12조 원 규모로 성장

속칭 '비싼 콩나물' 에어팟(AirPods)을 조립하는 리쉰정밀(立讯精密)의 창업자는 '아이폰 공장' 폭스콘(富士康) 출신이다. 리쉰정밀은 에어팟에 이어 애플의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HomePod)의 새로운 공급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리틀 폭스콘’으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리쉰 에어팟 생산공장을 방문한 팀 쿡 CEO [사진 팀 쿡 웨이보]

리쉰 에어팟 생산공장을 방문한 팀 쿡 CEO [사진 팀 쿡 웨이보]

폭스콘 출신이 만든 '리틀 폭스콘'

리쉰정밀의 탄생을 설명하려면 폭스콘(富士康)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대만 홍하이정밀 산하 폭스콘은 선전(深圳)에 대륙 첫번째 공장을 설립한다. 당시 선전 공장에 취업한 왕라이춘(王来春)은 대륙에서의 폭스콘의 성장세와 함께 성장한 인물이다. 10년 후 폭스콘 관리직이 된 왕라이춘은 회사를 떠나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기로 마음 먹는다.

2004년 5월, 중국 선전(深圳)에 자리잡은 리쉰정밀은 초창기 커넥터(connector)를 만들어 폭스콘에 납품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7년~2009년 리쉰의 영업수익에서 폭스콘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에 달했다. 이후 리쉰정밀은 점차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급성장 가도에 오른다.

커넥터와 케이블로 시작해 중국 최대 커넥터 공장이 된 리쉰은 FPC(연성회로기판), 무선충전기, 카메라 모듈 등까지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해 나간다. 폭스콘 공장 출신 왕라이춘이 설립한 리쉰정밀은 10여 년 만에 시가총액 776억 위안(약 12조 5600억 원, 2018년 8월 30일 기준) 회사로 탈바꿈했다.

왕라이춘 [사진 xueqiu.com]

왕라이춘 [사진 xueqiu.com]

에어팟에 홈팟까지...애플의 新 공장

리쉰이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과감한 인수합병 전략이다. 2010년부터 관련 업체를 줄줄이 인수하기 시작한다. 특히 2011년 쿤산(昆山) 롄타오전자(联滔电子)를 손에 넣은 것이 주효했다. 애플이라는 큰 고객을 가진 업체였기 때문이다. 리쉰은 롄타오 인수를 통해 자연스레 애플의 공급업체가 됐다.

한편, 리쉰은 최근 2년 간 대만의 공급업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피커 부품 회사인 메이뤼(美律)의 쑤저우 공장을 인수해 스피커 모듈, 이어폰, 확성기, 보청기 시장까지 영역을 넓혔다. 또 메이뤼, 캉쿵(康控)과 3자 제휴를 통해 아이폰 공급라인에 뛰어 들었다.

애플이 아이폰 7 시리즈부터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 공급라인에도 변화가 생겼고, 이 때 합류한 업체 중 하나가 바로 리쉰이다.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사진 애플 홈페이지 캡쳐]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사진 애플 홈페이지 캡쳐]

사실,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을 막 출시했을 때만 해도 애플은 생산을 대만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인벤텍(Inventec 英业达)에 맡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후 애플이 공급라인 분산 전략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에어팟 주문 일부는 리쉰이 나누어 받게 된다.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HomePod)도 인벤텍이 위탁 생산하다가 폭스콘이 합류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이 대륙 공급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차세대 홈팟의 위탁생산업체로 리쉰정밀이 합류했고 인벤텍은 새로운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HomePod [사진 바이두 바이커]

HomePod [사진 바이두 바이커]

리쉰정밀은 초반 커넥터로 기반을 닦은 다음, 인수합병을 통해서 영역을 스피커, 카메라 모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장, 비약적인 발전을 거뒀다.

중국 매체들은 리쉰의 사업 확장 방식이 폭스콘과 매우 닮아있다고 분석한다. 폭스콘 출신 설립자 왕라이춘은 사무실에 ‘궈타이밍 회장 어록’을 걸어놓고 업무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일각에서 “리쉰은 폭스콘의 방식을 모방해 순수 부품 공급상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로 탈바꿈하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리쉰이 폭스콘에 부품을 납품하며 성장했다면, 지금의 리쉰은 ‘작은 폭스콘’이라 불리며 대륙의 IT업계 공급라인을 조금씩 장악해나가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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