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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명화 78점 놓고 두 얘기꾼 수다 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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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명화 78점을 놓고 함께 책을 쓴 노성두씨(左)와 이주헌씨.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 읽기
노성두·이주헌 지음, 한길아트, 472쪽, 2만2000원

노성두(47), 이주헌(45)씨는 한국 미술 출판물 시장에서 고정 독자를 몰고 다니는 인기 저자다. 이름만 보고도 책을 집어들 팬을 거느린 이야기꾼 둘을 묶었으니 출판사는 시너지 효과요, 독자는 일석 이조의 기획이다. 지은이들로서도 서로에게 부족한 점, 노씨 표현을 따르자면 "천성과 태생 그리고 세계관이 판이한 두 사람의 글쓰기"를 한 권으로 맞드니 "지적 불륜의 짜릿한 일탈"을 즐기는 셈이 된다.

13세기 치마부에부터 20세기 르네 마그리트까지, 70여 명 주요 작가의 대표작 78점을 중심으로 서양회화사를 훑어가는 두 저자는 '느낌'을 중시했다. 아름다운 명화를 가까이하고 사는 복을 타고난 두 사람이 그 축복을 더 많은 이와 나누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18세기 화가 샤르댕의 말처럼 "화가는 색깔을 안료 삼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느낌을 안료 삼아 그리는 사람"이어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쪽을 맡은 노성두씨는 역사적 사실과 문헌 연구에 강한 만큼 그림의 배경과 이론을 쫄면 같은 글쓰기로 조목조목 짚는다. 독일 쾰른대에서 미술사.고고학.이탈리아 어문학을 전공해서 각종 원전 자료에서 직접 인용하는 미술사 정보가 풍부하다.

근.현대 부문을 다룬 이주헌씨는 홍익대를 나온 화가 출신이다. 미술사를 이론으로만 배운 이와 달리 직접 그림을 그려본 경험으로 작품을 품는다. 이십 여 년 미술기자.전시기획자.미술평론가로 현장에서 갈고 닦은 안목이 따뜻한 글로 풀리는 맛이 누룽지 같다. 두 사람의 이름을 내건 이 책은 지난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미술 출판의 한 매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대중적인 서양미술 감상서로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려 애쓴 필자들의 노력이 보인다. 저마다 열 댓 권이 넘는 미술책을 짓는 과정에서 쌓인 저력과 생각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열매 맺을지 기대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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