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부부 제외로 「속빈 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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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을지로 재개발사업 및 골프장 내인가 의혹과 관련, 김종호 전 건설부 장관과 차규헌 전 교통부장관이 29일 검찰에 구속됨으로써 검찰의 5공 비리 수사는 수사착수 보름만에 1단계 매듭을 지었다.
새 총수가 들어선 검찰은 국회 5공 특위가 선정한 44개 사건 중 19건을 수사대상으로 선정, 지난13일 「5공 비리 특별수사 부」의 발족과 함께 본격 수사에 나선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검사만도 27명을 투입하는 등 전례 없는 의지를 보였으나 「전두환·이순자 전 대통령부부와 정치자금부분은 제외」한다는 수사상의 한계로 인해 그 동안 『전직 대통령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 될 경우 최소한 전직장관 몇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고심해왔었다.
수사규모만 해도 83년의 이철희·장영자 부부사건 수사 당시 투입됐던 검사가 32명이었는데 비해 이번엔 대구·수원·대전·마산 지검 등 4개 지검이 별도로 투입되는 등 사실상 총력전이나 다름없는 건국 후 최대규모인 것이다.
더구나 검찰은 전 민청련의장 김근태씨에 대한 법원의 재정신청결정을 통해 고문경관으로 드러난 경기도경 공안분실장 이근안 경감(50)에 대해 지난 24일 인지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종전의 검찰권 행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변화된 모습에도 불구, 국민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 등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수사상의 한계도 있겠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검찰은 수사착수 이후 지난19일 노스롭 항공사 국내로비의혹과 관련, 전 동양고속회장 이민하 씨(57)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29일 김·차 전 장관 등 5명을 무더기 구속함으로써 지금까지 모두 6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그러나 그 동안의 수사를 통해 79년 10·26직후 청와대재산 행방의혹사건을 당시 청와대 보관 중이던 9억5천만 원 중 6억 원이 박근혜 씨에게 전달되고 2억 원이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5천만 원이 노재현 국방장관에게 전달됐으며 1억 원을 합수부에서 공금으로 사용하는 등 범죄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이에 대한 수사를 종결지었다.
검찰은 또 지금까지 일해재단과 새 세대육영회 및 심장재단의 기금 출연과 관련, 정수창 전 대한상의회장과 장영신 애경유지사장, 조성희 전 일해재단 총무부장 등을 소환·조사했으며 국제그룹 해체의혹과 관련, 김만제 당시 재무부장관·양정모 전 국제그룹회장·권철현 씨 등을, 대한선주 인수의혹과 관련해 조중훈 한진 그룹회장을, 금호그룹 제2민항 허가 의혹과 관련해 박성용 그룹회장 등을 소환·조사했으나 뚜렷한 범죄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은 내년 초부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일해재단 고액기부자들을 소환, 조사한 뒤 장세동·안현태 씨와 김인배 전 일해재단사무처장 등을 불러 기금유용 여부 등을 본격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장씨 등 측근 인사들의 개인비리에 대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며 국회특위의 고발이 있을 경우 위증 부분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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