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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논란 3당 대표…김정은 한마디에 회동 성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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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방문한 여야 3당 대표가 19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영남 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스1]

평양을 방문한 여야 3당 대표가 19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영남 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스1]

이른바 ‘노쇼(No show)’ 논란을 일으킨 여야 3당 대표가 1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한 배경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은 18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대표로 하는 북한 대표단과의 면담에 나타나지 않아 ‘노쇼’ 논란을 불렀다. 한참을 기다리던 북한 대표단은 “이런 경우가 다 있느냐. 납득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3당 대표들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보다 급이 낮은 인사들과의 면담에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이 대표는 전날 환영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당연히 하셔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불러 신속한 추진을 지시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성사된 회동은 이날 오전 만수대의사당에서 50여분간 이뤄졌다. 여야 3당 대표는 만수대의사당 접견실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 안동춘 부의장,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접견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3당 대표를 만나 “원래 어제(18일) 일찍 여러분들하고 이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나눴더라면 그저 하고 싶은 말을 다 툭 털어놓고 할 수 있었겠는데, 시간이 제한됐기 때문에 아마 좀 추려서 박사 논문 통과시킬 때 변론하는 식으로 아마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김 상임위원장에게 “6·15 정상회담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 잘 나가다가 그만 우리가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11년 동안 아주 남북관계 단절이 돼 여러 가지로 손실을 많이 봤다”며 “이제 저희가 다시 집권했기 때문에 오늘 같은 좋은 기회가 다시 왔는데, 제 마음은 남북관계가 아주 영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려단단히 마음먹고 왔다”고 말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우리도 이 선생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 올라섰다는 희소식이 전파하자 다시금 통일의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리라는 신심을 가지게 됐다”고 화답했다.

정동영 대표는 김 상임위원장에게 “10년 전에 뵀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변함이 없으시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김 상임위원장은 “변함이 없어요?”라고 되물으며 “아니 (정 대표) 모습이나 이 선생 모습이나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이어 “우리 통일 위업을 성취할 때까지는 영원한 요 모습대로 고저 활기 있게싸워나갑시다”라며 “그래서 우리가 모두 졸장부가 돼서야 되겠나. 그게, 대장부가 됩시다. 그렇게 민족의 대의라고 해야 통일 위업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3당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연내 남북 국회회담 개최 문제와 함께 내년 3·1운동 100주년 공동 행사 가능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공동취재단,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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