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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찰 1명에 주민 9천명 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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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상계 주공아파트 11단지 노인들은 추운 겨울날 갈 곳이 없다.
이 단지 1백여명 노인들의 휴식처였던 노인정을 상계1동 민원분소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상계1동사무소가 폭증하는 민원량을 감당 못해 지난 12일 관할 지역중 이 아파트단지 8천8백가구 3만여 주민 민원만을 처리키 위해 노인정을 임시로 빌어 민원분소를 차린 것이다. 『친구도 사귈 겸해서 이웃 단지 노인정을 기웃거려 보지만 눈치만 살피다가 돌아오곤 하지요.』
김해봉 노인 (가명·76)의 푸념.
『우체국 하나 없는 아파트단지를 만들어 팔아먹은 주공은 무슨 강심장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친정에 부칠 소포와 크리스마스 카드 5장을 들고 집에서 1㎞나 떨어진 단지바깥쪽 상계1동 우체국을 찾았던 박정희씨 (27·여·주공아파트 4단지 408동)는 1시간 넘게 기다리다 우표l장 못 사고 되돌아나 오면서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다음날 출근하는 남편에게 부탁해 이를 모두 부치고 아예 우표1백장을 구입해 놨다』고 실소했다.
단지 내에 간이우체국하나 없어 이 우체국은 항상 수많은 인파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장사진과 북새통이 계속된다.
파출소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북부경찰서 상계파출소 최재연 경장 (47)은 『경찰관 1명이 맡는 치안 담당인구수가 평균 9천4백77명이나 된다』며 『이는 전국 평균치의 14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동사무소=상계1동의 경우 직원들은 매일 전쟁을 치르듯 한다.
지난달 8, 9일의 경우 주공 측이 15단지 1천1백가구에 대해 『등기이전을 이틀 내에 마치라』며 인감증명서 2통과 주민등록등본 3통씩을 준비토록 하자 입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홍역을 치렀다.
복사용량이 하루 2천면 정도밖에 안 되는 복사기 2대로는 민원신청 물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신청서류를 다 떼 주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주공 측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추가신청을 받아 등기이전을 마쳤다고 했다.
13만명이 입주해 사는 상·중계지구 아파트단지 내 동사무소는 5개 설치예정에 현재까지 들어선 것은 2개뿐.
상계6동사무소 역시 주민수가 4만6천명에 이르러 적정인구수 3만명을 훨씬 넘어 업무가 한계선을 벗어났다.
그러나 폭주하는 민원보다 더 큰 문제는 동사무소 부지를 여태껏 확보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
◇우체국=중·상계아파트단지와 기존 상계 1·2동을 담당하는 상계1동 우체국의 경우 직원 5명이 아파트단지주민 12만3천여명을 비롯, 14만여명을 상대로 하루평균 7천여 건의 우편물을 접수, 처리하느라 하루 일과가 끝나면 기진맥진하고 우체국 안은 항상 장터처럼 북새통이다.
노원구 일대 전 지역을 담당하고있는 태릉우체국 송순익계장 (54)은 『우편물 배달물량도 부쩍 늘어 아파트단지 입주 전까지 하루평균 8만건 정도이던 것이 요즘은 연말까지 겹쳐 20만 건에 육박했다』며 『주로 아파트주민을 상대로 한 백화점·보험회사·대기업 판촉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치안=2백9만2천여평의 아파트단지를 5개파출소가 커버하고 있는 실정.
그나마 단지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동일로를 중심으로 4개의 파출소가 태릉경찰서 관할에 몰려있고 건너편지역 (주공아파트 1∼9단지)에는 북부경찰서소속 상1파출소 하나 뿐.
상1 파출소의 경우 8명의 직원이 1만4가구3만9천6백여명의 치안을 담당, 경찰관 한 명 당 최소 5천명을 맡고 있는 실정.
이같은 치안력의 부족으로 이 달 들어서만 이곳에서는 강도 3건을 비롯, 절도·폭력 등 1백20여건의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가 발생해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원래 이 지역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전 영세민들의 집단거주지로 강력 범죄보다는 폭력과 소액 도난, 주변 야산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성범죄가 주를 이루던 곳이었으나 신시가지가 조성되고 노원역 부근을 중심으로 디스코클럽 등 신흥 유흥가가 생겨나면서 조직폭력과 노골적인 성범죄 등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얘기.
한 경찰관도 『일반 주택가보다 아파트가 안전한 것만은 사실이지만 일단 터졌다 하면 큰 사건이 일어난다』며 『이곳이 경기도 의정부·남양주와 인접해 있어 외지 범죄꾼들이 침입과 도주가 용이한 점을 이용, 아파트대상 강력 범죄들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아파트범죄의 빈발가능성을 걱정했다.
아파트단지가 주된 관할구역인 상계파출소의 경우 주공 1∼6단지 대림·미도·한양아파트 등 1만9천9백41가구 6만6천3백39명을 담당하고 있으나 인력은 고작 경찰관 7명과 의경1명뿐. 물론 방범대원 9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이 파출소 경찰관 1명이 맡아야하는 주민수는 9천4백77명이나 돼 우리 나라 전체경찰관의 평균 담당인구의 무려 14배나 된다.
또 이같은 치안력 부족을 틈 타 노원역부근 등에서는 폭력배들과 손잡은 자가용영업까지 성행, 영업용 택시들의 영업을 공공연히 방해, 주민들이 택시 잡기에 골탕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태릉·북부경찰서 관계자들도 이같은 치안력 부족 사실을 시인, 『하루빨리 이 곳에 경찰서가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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