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아이코! 하루 17조가 날아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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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발(發) 인플레 우려가 세계 주요 증시를 덮친 하루였다. 거래소 시장은 18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17조7000여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코스피지수는 이번 주에만 100포인트 가까이 주저앉아 지난해 말 수준으로 뒷걸음쳤다. 코스닥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검은 목요일'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사 객장마다 주식 매도나 펀드 환매 등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2004년 4월 200포인트가량 지수가 급락했던 '차이나 쇼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하루였다. 개인투자자 박모(62)씨는 "단 며칠 새 올해 벌어들인 수익을 다 까먹었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바닥을 모르는 추락에 당혹해 하며 급락 장세가 언제쯤 마무리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글로벌 증시의 활황 랠리가 마침내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바닥 어딜까='검은 목요일'은 글로벌 경제의 엔진 격인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을 것이란 우려로 촉발됐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국제 원자재 값 상승과 주택가격 거품 붕괴 우려 등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여기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물가 불안→금리 인상→주가 하락→경기 침체 등의 악순환 시나리오가 이날 세계 증시를 강타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7일(현지시각) 하루에만 1.88% 빠졌다. 2003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나스닥지수도 사흘 연속 빠져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독일.프랑스 증시가 줄줄이 무너졌고, 이런 충격이 18일 아시아 증시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를 감안해도 최근 주가 급락은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지만 나온다. 코스피지수의 1차 바닥은 1350선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차 지지선이 무너지면 1300선까지 밀릴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으로 위축되려면 '세계의 공장'격인 중국 경제도 흔들리고 국제 자금의 이동이 눈에 잡혀야 하는데 그런 조짐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 여부에 촉각=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다음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미 통화 당국이 인플레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또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5%인 미 기준금리가 또 오를 경우 전 세계 이머징 마켓과 원자재 시장에 몰린 뭉칫돈들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국내 증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와 별도로 세계 증시는 일단 FOMC 개최 전까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작은 충격에도 출렁거리며 급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이 코리아' 멈출까=최근 폭락장세는 외국인들이 부추긴 면이 크다. 외국인은 국제 원자재 시장의 '거품 붕괴' 우려가 불거진 지난달 하순부터 국내 증시에서 3조5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불과 보름 새 이들이 쏟아낸 물량만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3조228억원)를 웃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미국 경제 둔화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꺼지지 않는 한 외국인의 '팔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외국인의 최근 매도세는 차익 실현 성격이 짙은 만큼 한국 증시 본격 이탈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표재용.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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