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신한동해 우승...여자 골프는 박성현, 남자는 박상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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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홀에서 파세이브를 하고 기뻐하는 박상현. [KPGA 제공]

박상현(35)이 16일 인천 청라의 베어즈베스트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8언더파 63타를 기록, 합계 22언더파로 5타 차 압승을 거뒀다. 시즌 3승째다.

박상현-박성현 올해 똑같이 3승 #박상현 대회 최소타 7타 줄이고 #2위와 5타 차 압도적 우승

박상현이 14언더파 선두, 안병훈이 한 타 차 2위로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고 장타를 치며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47위) PGA 투어 선수 안병훈이 우승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박상현은 그러나 전날 기자회견에서 “안병훈 선수는 흠 잡을 데 없이 좋은 선수다. 그러나 나도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면 로리 매킬로이나 타이거 우즈가 와도 해볼 만하다”라고 큰 소리를 쳤다.

박상현은 “당연히 우즈와는 안 된다. 3라운드에 컨디션이 매우 좋은 편이었고 경쟁자인 안병훈 등이 기사를 보고 내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자고 일어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왼쪽 어깨에 담이 왔다.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 마사지를 했는데도 스윙할 때 밸런스와 리듬감이 좋지 않았다. 박상현은 “경기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다. 괜한 얘기를 했나 싶었다”고 말했다.

박상현은 "경쟁자들이 장타를 치니 오히려 리듬감에만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상대 선수가 파 5홀에서 2온을 하더라도 끊어가자, 멋진 버디라고 해서 스코어카드에 다른 숫자를 쓰는 게 아니니 내 경기를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게 먹혔다.

박상현은 1~3번 홀 송곳 같은 아이언샷과 신들린 듯한 퍼트로 3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안병훈으로서는 몸도 풀기 전에 소나기 펀치를 맞은 격이었다. 박상현은 4번 홀에서 한번 쉰 후 5, 7, 9, 11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고 도망갔다.

195야드짜리 파 3인 7번 홀이 하이라이트였다. 박상현의 티샷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박상현이 폴짝폴짝 뛰어야 그린을 볼 수 있을 정도의 깊은 벙커였다. 박상현은 이 벙커에서 공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버디를 잡아내면서 동반자들을 실망시켰다.

경기 후반 안병훈 대신 스콧 빈센트(짐바브웨)가 쫓아왔다. 15번 홀에서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넣어 2타 차로 접근했다. 그러나 긴장감은 1분도 안 돼 사라졌다. 박상현은 이 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어 타수 차를 3으로 벌렸고 빈센트는 다음 홀에서 공을 물에 빠뜨렸다. 박상현은 올 시즌 2위와 최다 타수 차 우승을 거뒀다.

박상현의 63타는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이다. 262타로 대회 최소타 기록(이전 269타)을 7타나 줄였다. 비가 와서 그린이 부드럽고 페어웨이에 있는 공을 닦아서 놓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 규칙을 적용해서 점수를 내기에 좋았으나 이를 감안해도 박상현의 샷은 돋보였다. 박상현은 “어려운 코스여서 14언더파만 치면 무조건 우승이라고 생각했는데 22언더파가 나왔다. 내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돈도 많이 벌었다. 박상현은 우승상금 2억1600만원을 더해 시즌 상금 7억9006만원이 됐다. 이전까지 코리안 투어 한 시즌 최다 상금(2017년 김승혁 6억3177만원)을 훌쩍 넘어 최다 상금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