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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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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파트 값 급등 바람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광풍처럼 몰아치자 밀리던 정부가 반격에 나섰다. 추석 며칠 직전인 9월 5일 재건축 아파트는 60%를 국민주택 규모로 짓게 의무화하고 용적률도 낮추는 등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정부가 이렇듯 초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의 부동산 진정세는 정부 대책이 제대로 투기의 길목을 막은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반짝 효과인가.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들어봤다.

-태풍 매미의 피해가 예상 외로 컸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인데 이렇게 방비를 못합니까.

"국민의 고생이 심해 송구스럽습니다. 우리가 강한 바람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물 등에 바람 관련 설계 기준을 보강하겠습니다."

-아파트 값이 1~2주에 1억원이 오르고, 15평 아파트가 7억, 8억원이나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게 과연 정상입니까.

"정상이 아니죠. 하지만 이런 현상은 강남, 그 중에서도 재건축아파트에 국한된 것입니다.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 등이 높아져 기대수익이 커지는 데다 투기성 수요도 겹쳤다고 봅니다. 그러나 9.5조치 이후 1억원 이상 떨어져 한달 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노원.중구 등 강북지역은 집값이 연초 수준입니다."

-국지적 현상이라면, 9.5조치 같은 초강경 대책을 쓸 필요가 있었나요.

"강남 재건축 대상이 주변의 기존 아파트와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5만가구 중 현재 전용면적이 25.7평(분양면적 30평형대)을 넘는 중대형은 14%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재건축을 하고 나면 중대형이 80%나 됩니다. 강북이나 수도권은 이 비율이 30%입니다. 그냥 뒀으면 강남은 중대형 아파트가 몰린'부자 특구'가 됐을 겁니다. 바람직하지 않죠."

-정부가 특정지역을 겨냥해 소형 평수를 많이 짓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거환경까지 평준화하자는 것 아닙니까.

"지나친 투기 이익을 방치해서는 안되죠. 15평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50평으로 바뀌어 엄청난 차익을 보는 것은 여타 지역의 집값까지 부추기고 계층간 위화감을 심화시킵니다. 9.5조치의 핵심은 투기 기대심리를 낮추고 계층간 위화감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강남의 인기있는 아파트는 중대형인데 이번 조치로 공급이 줄면 기존 아파트 값만 올라갈 텐데요.

"강남 재건축 대상이 모두 9.5조치에 맞춰 재건축을 하면 7만8천5백가구가 됩니다. 기존 방식에 의한 재건축 때보다 2만가구 이상 늘어나죠. 중대형 아파트도 현재 7천가구에서 3만1천4백가구(재건축 이후 공급분의 40%)로 증가합니다.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전체 중대형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늘기 때문에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재건축을 포기하는 곳이 생기면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재건축 포기 움직임이 있는 곳은 대부분 가구수는 그대로고 평수만 넓히는 1대1 중층 재건축단지입니다. 이들은 과거 방식으로 재건축을 해도 가구수는 별로 늘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을 포기해도 큰 차질은 없습니다."

-이번 조치 역시 과거처럼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을지….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재건축 아파트가격이 많이 내렸고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여기다 단계적으로 보유과세를 강화하면 가수요도 줄 겁니다. 보유과세 문제는 역대 정부는 실패했지만 이번엔 꼭 관철시킬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재산세로 매년 시가의 1~2%를 냅니다. 우리는 5억원짜리 아파트의 세금이 연 10만원대에 불과합니다. 2천㏄ 자동차는 연 52만원의 세금을 말없이 내면서 아파트 보유세는 조금 올린다고 반발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판교를 강남 대체지로 개발하겠다면서 임대주택을 많이 짓고 대형 평수를 적게 짓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판교가 강남 대체지가 될 수 있을까요.

"당초 판교에 1만9천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1만가구를 추가했습니다. 국토연구원 안에 따르면 중대형이 6천8백가구, 고급 단독주택이 3천3백가구가 들어섭니다. 중대형 평수가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안을 확정할 때 검토해 수정할 것은 부분적으로 고치겠습니다."

-강남 선호의 주 원인은 교육문제인데, 판교로 교육 수요가 분산될 수 있을까요.

"판교를 시작으로 김포 등 신도시지역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 등을 유치해 이곳의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부동산값 파동은 정부 정책 실패의 산물 아닙니까. 4백조원에 가까운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으니 부동산에 몰리는 것 아닙니까.

"일리가 있습니다. 집값이 불안한 것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강남도 전셋값은 떨어집니다. 저금리로 갈 곳 없는 돈이 투기성, 또는 고수익을 노리고 아파트에 몰렸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주택담보 대출 비율을 내리고 주식으로 돈이 가도록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동시에 추진 중입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일부 투기를 묵인했던 것 아닌가요. 전매.용적률 등 주택 관련 제도가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국민만 골탕먹고 있습니다.

"과거에 제도가 자주 바뀐 점은 인정합니다. 앞으로는 분양권 전매 제한을 푸는 등 가수요나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은 펴지 않겠습니다. 필요하면 주택금융이나 세금지원 등을 통해 조절할 생각입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강남인데, 주변 집값은 비싼데 분양가를 규제하면 경쟁은 더 높아지고, 분양받은 사람만 엄청난 프리미엄을 챙겨 분양시장에 투기수요가 집중됩니다. 이는 부실시공의 원인도 됩니다."

-화물연대 문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같은 위기가 재연되면 어떻게 대처하실 겁니까.

"합리적 요구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법에는 2차파업에서 보셨듯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입니다. 화물운송업은 개별등록제.화물운전자 자격제 등 제도적인 개선을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군에서 컨테이너 운반용 차량 3백대롤 확보하고 운전 인력을 1천명으로 늘리도록 요청하는 등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외곽순환도로 사패산 구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구간, 경인운하 등 3대 국책사업이 아직도 미결상태입니다. 당초 7월까지 마무리짓겠다고 했는데 어쩐 일입니까.

"(겸연쩍은 표정으로) 죄송스럽게 됐습니다. 현재 총리실에 노선재검토위원회를 설치해 각계 의견을 수렴 중입니다. 건교부는 당사자라 빠지고 총리실에서 결정할 겁니다. 정부는 이달 중 결론지을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장관이 아닌 자연인이라면 지금 집을 사겠습니까.

"안 삽니다. 너무 올랐어요. 게다가 올 1~7월 서울 건축허가 면적은 지난해의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내년 4월에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됩니다. 그러면 천안쯤에 집이 많이 들어서겠죠.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 1차 대상이 올해 중 결정나고 내년 하반기 신 행정수도가 선정됩니다. 2005년에는 판교가 분양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서울의 집 수요는 줄 겁니다."

정리=김종윤.장정훈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약력

▶강원 강릉(53)▶경복고.서울대 무역학과.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제10회 행정고등고시 합격(1971년)▶경제기획원 종합기획과장.감사관.공보관.경제기획국장.경제정책국장.ASEM 사업추진본부장.조달청 차장.건교부 차관.기획예산처 차관.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임재영 여사와 2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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