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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교류 전문가 정수일 이번엔 아프리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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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수일 소장

정수일 소장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정수일(84) 소장이 새 책을 냈다. 그의 전문 분야인 실크로드, 2년 전 라틴아메리카 방문기에 이어 이번에는 아프리카 탐사 결과물이다. 2014년 경북도의 후원으로 두 달간 아프리카 전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경험 등을 묶어 두 권짜리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창비)를 펴냈다.

정 소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1955년 중국의 첫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아프리카를 처음 방문했다”고 했다. 이후 60년대 초반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일하며 당시 아프리카 전역의 들불처럼 번지던 각국의 식민 독립투쟁을 도왔다.

정 소장은 “백두산 오지에서 태어난 촌뜨기였던 내가 이집트라는 고대 문명, 아프리카라는 치욕을 당한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당시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런 깨달음은 62년 북한 국적 취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북한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아프리카는 잊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책을 써서 아프리카의 아픈 과거사를 설욕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프리카 ‘설욕의 문명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배경에서 정 소장은 최악의 노예무역을 경험했던 아프리카가 어떻게 해서 조각조각 식민지로 분할돼 수 백 년간 빈곤과 무지로 고통받게 됐는지를 살핀다. 60년대 들어 70~80%가 독립을 쟁취한 아프리카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집트·세네갈·가나·모잠비크 등의 사회주의 실험, 그 허와 실을 짚었다고 했다.

정 소장은 중국의 소수민족 차별 때문에 62년 북한으로 환국한 게 아니라고 했다. 민족주의에 대한 자각에 따라 조국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내린 결심이었다고 밝혔다. 이때 민족주의는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다. 개방과 수용을 통해 타자와 공생공영을 추구해야 진정한 민족주의라고 했다.

정 소장은 "최근 국내 통일 논의는 통일에 대한 당위성과 불가피성이 희박해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통일의 이유가 충분하다고 했다. “북한에 있는 세 딸을 30년 동안 못 봤다”며 “특수 이산가족 신청을 해서라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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