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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하수 반출을 막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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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부터 제주도의 생수를 지키자. 최근 제주도에서는 도 외로 반출되는 제주생수에 대한 마구잡이식 생수반출을 막아 제주도의 명산물인 자연수를 보존, 도민 소득원을 삼자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있다. 지난 1963년 제주시 노형동 어승생 지역에서 지하수개발이 성공, 상수도원으로 이용돼 북제주군 중 산간지역과 제주시내 서부지역 물 사정이 좋아졌다. 제주도로서는 가위「물의혁명」이라 불릴만한 큰 사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큰 호텔이나 목욕탕·농장 등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자체 지하수개발장치를 설치해 대량으로 물을 퍼 올리고 있는가 하면 일부 대기업에서는 보존음료수생산을 구실로 본격적인 생수생산에 나서 이른바 세금 없는 물장사를 하자 제주도의 소득자원으로 돌리자는 목청이 높아지게 된 것.

<개발세태>
제주도에는 현재 호텔 1백72개, 목욕탕 91개, 농장 2백15개소 등 자체 굴착시설을 갖춘 업소가 모두 6백88곳.
이들 업소가 하루에 퍼 올릴 수 있는 용량은 9만4천6백33t으로 이 양은 제주도의 하루 상수도 총 공급량 10만3천t의 92%나 차지한다.
또 H그룹계열사인 J홍산은 서귀포시 토평동 서귀포 KAL호텔 구내에 지난 84년8월 보사부허가를 얻어 굴착시설을 해놓고 지하 80m에서 하루 20t씩을 뽑아 올려 대한항공 기내음료수용으로 공급해 왔다.
뿐만 아니라 J홍산은 지난해 말부터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 산77의1 일대 4백80만평 규모의 자사소유 목장에 50여억원을 들여 10ha의 부지를 확보, 지하 3백m에서 원수를 뽑아 올릴 수 있는 대규모 공사를 벌이고 있어 내년부터는 생수를 대량생산, 반출할 계획.

<생수이용 급증>
도내 관광호텔이 용수전량을 상수도공급에만 의존할 경우 연간 물게되는 상수도 사용료는 약 1억원.
그러나 자체지하수 굴착 시설을 하게되면 지역과 깊이·규모 등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굴 착공 1개 개발비용은 고작 3백만∼5백만원 정도.
지하 굴 착공은 한번 개발만 해놓으면 약간의 유지비 외에는 추가비용 부담이 없이 필요한 물을 마음껏 뽑아 쓸 수가 있다. 게다가 자체생산 원수에는 현재 아무런 사용료나 세금도 없어 사용료를 물며 수돗물을 쓰지 않아도 되는 데다 생수까지 팔아 꿩 먹고 알 먹는 격.
이 같은 잇점 때문에 물 사용량이 많은 목욕탕이나 대규모 농장·큰 요식업소등에서는 경쟁이나 하듯이 지하의 원수개발붐을 몰고 왔다. 이에 따라 어느새 자체시설을 통해 하루2만5천여t의 지하수가 생산돼 각급 업소마다 공짜 물을 마음껏 쓰고 있는 실정.

<반출·유통>
대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제주생수를 대량개발, 보급하는 J홍산은 당초 보사부로부터 (84년8월) 전량을 「KAL기내 식수용과 해외수출용」이라는 제한조건을 붙이고 보존음료수 개발허가를 받아내 지금까지 5천t 이상을 생산,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초의 허가조건대로라면 국내시장에는 유통될 수 없는데도 시중의 유명백화점을 비롯해 서울 등지의 관광호텔에는 「제주생수」란 상표가 붙은 제주도 물이 버젓이 진열돼 팔리고 있다.
값은 5갤런들이 1병에 3천5백원, 1.5ℓ짜리 12개들이 1박스에 5천5백원, 0·5ℓ짜리 24개들이 1박스엔 7천5백원씩이다.
이처럼 시중에 제주생수가 나돌 수 있는 것은 생산허가단서조항 중 「국내거주 외국인이나 군인용에 한해 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업자가 최대한도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
엄연히 허가조건과는 달리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으나 단속된 사례는 한 건도 없어 제주도 소득자원이 특정업체만 특혜를 누린다는 지적의 대상이 되고있다.
이런 실정 속에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제주도는 모두 화산폭발에 의해 생성된 화성암 지대인데다 강우량의 대부분이 급한 한라산의 경사를 타고 바다로 흘러 가버려 예부터 식수가 큰 문제.
더우기 올해처럼 가뭄이 심할 경우 용천수(샘물)는 더욱 줄고 지하수마저 줄어들어 한라산 기슭의 산간마을에는 심한 식수고갈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무차별한 지하수 굴착공이 지하수맥을 끊거나 지하수의 흐름을 바꾸어 버리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

<주민들 반응>
마구잡이식 굴착이나 생수의 도 외 반출에 대해 주민들은 한푼의 세금이나 사용료가 부과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 김창열 주교는 『제주도의 자원인 물을 특정업체가 생산, 판매 해 사리를 채우는데도 과세가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0월 국회농림수산위의 제주도청 국정감사 때도 일부 의원들이 『재벌그룹이 물장사를 하다니…. 해도 너무 한다』 『상수도원 개발이 어려워 조금만 가물어도 식수난을 겪는 마당에 돈 한푼 내지 않고 물 퍼내 파는 건 봉이 김선달과 같은 짓들』이라고 추궁하기도 했다.
제주도내 재야단체나 학생들도 물 값을 받아 제주도민을 위한 상수도개발 등 이익의 제주환원을 주장하고 있다.

<대책>
이 같은 주민여론이 일자 제주도는 뒤늦게 수도법개정을 통해 원수대를 징수할 수 있는 방안을 보사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현행수도법으로는 원수대를 받을 수 없게 돼있어 제주도는 「수원개발이 어려운 섬 지방인 제주도로서는 상수원 고갈 우려가 있을 경우 사설 지하수개발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영업용으로 개발, 사용할 경우 원수대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보사부에 건의했다.
도는 또 지하수개발업자들의 남는 물을 일반상수도에 연결해 일반가정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 도법 개정을 통해 모색하고 있다.<제주=김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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