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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찰분규 "끝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불교 조계종의 종권 다툼을 배경으로 한 일부 사찰 주지 분규가 9개월째 계속되면서 신·구주지의 구속과 법정 송사로까지 번지는 등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 봉은사·강화 보문사 등의 주지분규는 종권도전-주지해임-폭력대결-징계-스캔들 공방-구속공방과 법정투쟁으로 이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이 돼버렸다. 봉은사의 경우 14일 변밀운 전주지의 구속으로 이성문 신임주지 구속(6월)과 함께 구속공방의 양상으로 발전, 또다시 지리한 일전일퇴의 주지분규 속에 휩싸이고 말았다. 많은 불교인들은 불교계가 해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한 승단 상층부가 종권다툼에 휩싸여 사회법에 따른 송사를 벌이고 폭력이 난무하는 사태에 대해 경책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교인들은 『올 들어만도 송사와 폭력으로 해서 조계종단의 스님 3명이 구속되었고 일부 스님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밝히고 이 같은 난맥의 와중에서 신도들의 승려에 대한 존경이 흔들려 신자가 줄어드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걱정이다.
조계종단을 새롭게 하기 위해 중진·소장승려와 신도들은 몇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종단의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을 비롯한 원로스님들이 사태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의견이 높다.
이성철 종정은 지난주 조계종단의 현 사태수습을 위해 자신의 거취문제까지 포함시킨 엄중한 경고를 총무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소장스님들은 서울 봉은사사태 진상조사 등을 통해 분규의 정확한 실상을 밝히고 그에 따라 종단문제해결을 의한 명확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봉은사사태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달 정기종회 때 구성되었는데 7인소위원회가 15일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이 위원회는 중진스님들로 구성되어 해결권까지 가지고 있다. 위원회의 활동이 어떻게 전개·귀결될지 불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도단체들도 더 이상 좌절감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 없고 사부대중의 하나로 적극 종단의 일에 참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조계종은 올해 종권을 둘러싸고 큰 진통을 겪었다. 지난 3월28일 결산종회 때 폭발된 종권다툼은 4월 들어 서울 봉은사·강화 보문사 주지해임으로 이어졌고 한여름 무더위 속에 봉은사에서는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 사건으로 변밀운 전봉은사주지·이성문 신임봉은사주지·황종진 보문사주지 등이 구속되었다.
서울봉은사에서는 승려들의 집단적인 폭력행사가 있었고 신도들까지 뒤엉켜 이전투구의 양상이 벌어졌다. 서울강남의 최대 사찰인 봉은사는 이 같은 분규사태로 신도가 크게 줄어들었고 불교전체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주었다.
보문사·봉은사 사태로 각종 송사가 벌어져 법정에서 엎치락 뒤치락이 반복되고 있기도 하다.
총무원지도자에 대해 자격정지 가처분신청이 제기되어 총무원자체가 안정적일 수 없었다.
자비문중인 불교의 모습이 이처럼 구김이 많아진 경우도 흔치 않았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에는 종권다툼이 깔려 있다.
조계종단의 새 위상은 이제 원로스님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진·소장스님들의 냉철한 판단, 신도들의 개혁자세에 의해 정립될 수밖에 없는 시점을 맞았다. 이들의 노력에 의해 화합하는 종단의 모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많은 불교인들의 목소리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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