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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 일찍 나와 교통체증 덜어|전기대입시 고사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연대·이대·서강대 등이 몰려있는 서울신촌일대에는 이른 새벽인 5시30분 쯤부터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기 시작, 한때 금화터널·아현동고개·연희입체교차로까지 차량이 밀리는 교통체증을 빚었으나 연대가 지난해와는 달리 차량의 교내출입을 허용해 차량소통이 비교적 원활했다.
교통체증을 우려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도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30∼40분 정도 앞당겨 나와 입실완료 10분전인 오전 8시쯤에는 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오전7시50분쯤 연대 정문 수위실에는 60대 할머니가 신촌로터리 부근에서 주웠다며 법학과에 지원한 박원국군의 수험표를 학교측에 전달했으며, 8시15분 쯤에는 같은 법학과에 지원한 심재진군의 가족들이 집에 두고 온 수험표를 갖고 와 본인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예년과는 달리 서울시내 T호텔 신관을 전세내 시험문제를 출제하느라 한달 동안 「연금생활」을 해온 출제위원 71명과 검토위원 27명은 16일 담당과목 시험이 끝나는 대로 연금에서 해방돼 귀가했다.
경비경찰 11명의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던 출제본부는 그동안 모아진 휴지 등을 한데 모아 소각하는 등 엄중한 보안을 지켜왔다.
예년에 중앙교육연수원 기숙사를 사용했던 출제 본부를 호텔로 옮긴 것은 목욕이나 화장실 이용 등에 불편이 크다는 출제위원들의 불평이 있었기 때문.
전주교도소는 복역중인 전대종씨(31)와 강홍기씨(38)등 2명에게 모범재소자 귀휴조치로 6일간 특별휴가를 주어 대입학력고사에 응시토록 배려.
국교출신의 전씨는 80년7월 폭력범으로 10년형을 받고 입소 중 지난 87년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따 마산경남대 철학과를 지원했다. 강도 및 살인죄로 무기형을 받고 복역중인 강씨는 20년으로 감형된 뒤 검정고시를 치러 인하대 철학과에 응시.
인하대주변 여관과 약국은 대학입시를 맞아 때아닌 고객성시로 수익을 톡톡히 올려 희색이 만면.
주변여관은 고사하루전인 15일 평소 방 1간에 1만원에서 1만5천원 받던 숙박료를 최고 3만원까지 받아 바가지를 씌우기도.
또 16일 오전 시험시작전 인하대 후문일대 약국에는 수험생과 가족들이 몰려 혼잡을 이뤘는데 주로 드링크류와 감기약이 불티.
서울시내 각 대학 교문과 담벽 울타리 등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선배·동문 등이 각종 격문을 써붙이고 엿·코피 등을 준비해 나눠주며 후배들을 격려.
서울대 정문 앞의 경우 『S고 수험생 여러분! 불합격에 대해 아립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 소관이 아닙니다』등 국회청문회를 풍자한 격문이 나붙어 눈길.
이밖에 『조문합격이면 타사라도 가의라』『이 땅의 철천지 원수, 불합격의 심장부를 향해 찔러라, 합격의 비수로』등 재미있는 격문들이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지원한 홍승연양(20·숙명여고졸)은 그동안 결핵성 복막염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오다 시험일을 맞아 서울대측 배려로 교내보건진료소에서 혼자 시험을 치르기도.
홍양은 앰뷸런스로 서울대에 도착, 감독관과 간호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을 치렀다.
한편 숭실대에서도 영문과를 지원한 척추디스크환자 황국성군(20·대구계성고졸)이 앰뷸런스편으로 오전7시55분쯤 학교에 도착, 과학관5층 세미나실에 마련된 특별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숭실대 특별고사장에는 황군 외에도 교통사고환자 이창선양(20·독문과지원), 약시자 1명, 맹인 3명 등이 함께 응시.
40여년 동안 교육계에 투신해온 67세 노인인 이우덕씨(대구시 달서구 두류2동146의11)가 계명대 제8고사장인 영남고교에서 중어중문학과를 지원, 손자뻘되는 지원자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진지하게 시험을 치러 노익장을 파시.
40명 모집에 1백49명이 지원, 3.7대1의 경쟁률을 보인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한데 대해 이씨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간에 많은 교류가 있을 것에 대비, 중국어를 공부해 여생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며 『만약 떨어질 경우 이 학과에 학사편입해서라도 꼭 중국어를 배워볼 계획』이라며 강한 학구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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