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폐기물 처리 소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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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원자력 발전소(핵시설)는 1백만분의 1의 확률(사고위험)까지 고려하여 건설하라고 하는데 이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핵시설에서 누출되는 방사선에 의한 피해가 엄청나고 지속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TMl나 근래에 있었던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있었던 사고들은 핵시설의 안전에 대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10여년전 필자가 근무하던 모연구소의 대단위 조사시설(동위원소는 코발트60)에서 낸 인명피해는 핵시설의 안전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기억에 새로워진다.
핵시설에서 발생되는 방사성 페기믈은 시설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하다. 폐기물의 형태는 주로 액체상태로 배출되지만 처리와 운전 과정에서 기체와 고형폐기물로서도 발생하며 고준위·중준위·저준위 및 극저준위로 구분된다.
직접적인 핵시설의 결함이나 사고가 아니더라도 핵시설을 운용하는 과정에서는 방사성 폐기물의 발생이 필수적이다.
이 폐기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속적인 인체피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어 미국을 비롯한 원자력 발전국에서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대해 논란이 거듭되고 있고 원자력 발전계획의 축소 또는 폐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고준위 폐기물은 사용 후 핵연료나 이의 처리시설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중준위 이하 폐기물은 상용 원자력 발전소에서 상당량 발생하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발생원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감용 처리한 후 또는 직접 고화 처리하여 일정기간 중간 저장한 후 처분지에 수송, 최종 처분하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땅속에 매몰하거나 천연 또는 인위적 동굴을 이용하는 육지처분과 시멘트 등에 의한 고화폐기물을 바다 깊숙이 투기하는 방식으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여 왔다.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적인 건설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국내의 중·저준위 폐기물의 발생량은 87년말 현재 누적량이 1만5천드럼에 달하고 있다. 현재 이 폐기물을 발전소내 임시저장소에 저장하고 있으며 저장용량이 90년대 초에 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주거지역과 1km정도 떨어진 고리원자력발전소의 폐기된 매수장에서 쓰레기와 함께 매립된 52개의 노란색 드럼과 신발 덮개 및 고무강갑 등 방사성 폐기물이 발굴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고, 이어 한국전력공사에서 낸 해명서가 신문광고란에 큼직하게 게재되었다.
원자력안전센터 조사단에 따르면 매립지의 토양에서 코발트60과 세슘137이 검출되었고 드럼에서는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발트와 세슘에서 측정된 방사선양은 극히 미량으로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전의 해명에 의하면 문제된 폐기물은 일반쓰레기라고 하면서 고무강갑 한 짝에서는 자연방사선양보다 높은 방사선이 검출되어 방사선 관리에 소홀함이 있었음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발굴된 폐기물이(전부이건 일부이건 간에) 일반쓰레기는 아니고 작업종사자의 방사성폐기물 취급 소홀과 원전 측의 관리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한전은 원자력발전소 내의 일정한 장소에 엄격히 중간 저장되어야 할 방사성 폐기물이 일반쓰레기와 함께 방출되도록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솔직함을 가져야 한다.
스웨덴 등 선진국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는 달리 에너지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이 에너지 공급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에 부정적인 주요 이유가 방사선 누출에 의한 인체피해, 환경오염 등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에 있다면 앞으로 추호도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소홀이 없도록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김철(아주대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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