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메르스, 3년전 악몽 재연될라… "늑장 대응 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년 만에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각 지자체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9일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서울시가 메르스 확진자 A씨(61)의 입국 이후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밀접접촉자는 21명, 일상접촉자 440명이다.
밀접접촉자는 A씨가 탑승한 비행기에 탔던 승무원 3명과 좌석 앞뒤 3열 승객 10명을 포함해 입국장에서 A씨 체온을 검사한 공항근무자 2명, 인천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A씨를 태운 리무진 택시기사 1명, A씨 상태를 살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A씨와 함께 이동한 부인 등이다. 이들은 현재 해당 지역 보건소에 의해 자택에 격리돼 있다. 최대 잠복기인 접촉 후 14일까지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리한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A씨와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은 일상접촉자로 분리되는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이에 각 지자체는 '대책본부'를 꾸리고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8일 비상광역대책반을 차리고 밀접 접촉자의 자가격리 및 모니터링 등 일대일 관리를 하고 있다. 지방 일정을 소화 중이던 박원순 시장도 급히 돌아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환자의 이동 경로와 이송·검사 절차 등 상황을 점검했다. 박 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늑장대응 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두철미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에서 3년만에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격리병실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국내에서 3년만에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격리병실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도 8일 '경기도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도내 보건·재난 분야 부서장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다. 31개 시·군 보건소를 대상으로 24시간 메르스 대응 방역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분당서울대병원, 국군수도병원, 명지병원 등 국가지정 격리치료병원 3곳, 26실, 28병상에 대한 점검도 마쳤다. 경기도는 도내 거주하는 2명이 A씨와 같은 비행기에 탄 것으로 확인되자 보건소를 통해 이들의 자가 격리 조치를 완료했다. 현재 이들에게 별다른 증세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대책반을 구성하고 메르스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한 인천시에선 무려 74명이 A씨와 밀접·일상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밀접접촉자는 승객 2명과 승무원 3명 등 모두 5명이고 69명은 일반접촉자로 분류됐다. 현재 밀접접촉자 5명은 자신의 집과 공항 내 숙소 등에 자체 격리 중이다. 현재까지 특별한 증상은 없다. 인천시 등은 이들에게서 증상이 발견되면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이송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들, 감염자 경로 파악 신속히 대책반 꾸려 #서울·경기·인천 등 메르스 환자 접촉자들 격리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

밀접접촉자 1명이 발생한 광주광역시는 격리 조치에 나서는 한편 방역대책반을 가동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A씨와 같은 비행기를 이용한 탑승객은 현재 자택격리 중이다. 강원도는 춘천과 원주·강릉시에 거주하는 3명이 A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강원대병원 3실 3상, 강릉의료원 3실 5병상을 가동 준비하고 있다. 3년 전 메르스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던 대전시에선 A씨와 접촉한 8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 밖에 경남도와 경북도에건 일상접촉자가 각 1명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대구에선 4명이 A씨와 같은 비행기를 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두 자택 격리된 상태다.
지자체들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선 건 2015년 5월에 메르스 환자가 급속히 늘어난 학습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환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병원이 초기에 확산 방지에 나서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해 12월 정부가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186명이 감염됐고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격리된 사람 수만 1만6000여명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이번 환자 발생을 알리는 보도 자료에 ▶열이 날 때 대처요령 ▶메르스 확진을 받았을 때 행동요령 ▶향후 서울시의 대응 계획까지 상세히 안내할 정도로 초기 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인천·수원·광주·춘천·대구·대전=김방현·위성욱·임명수·박형수·최모란·김호·박진호·김정석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