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술자리 간 생각하며 마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연말연시가 가까와지면서 각종 모임이 부쩍 늘고 있어 과음·과식으로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다. 특히 술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과음할 경우 지방간을 유발하며 알콜성 간염 등을 일으킨다.
서울대의대 김정룡 교수(내과과장)는 『우리나라는 간질환의 발생률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 높은 발병원인이 되는 과음습관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송년모임에서의 무분별한 음주는 건강을 해치기 쉬우므로 자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알콜이 체중 1kg당 80mg을 넘어서면 간의 지방분해작용을 방해, 간에 기름기가 끼는 지방간을 초래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보통 성인의 경우 맥주 1병, 소주·고량주·스카치·마티니 2잔, 정종 0.75홉이 간에 해를 끼치기 시작하는 경계선이라는 것.
지방간은 술을 끊고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면 별다른 치료가 없더라도 정상간으로 회복되나 과음을 계속하면 알콜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가톨릭의대 정규원 교수(여의도성모병원·내과)는 『지방간이 5∼10년에 걸친 과음으로 악화되면 간세포가 파괴돼 바이러스성 간염과 유사한 증세로 발전한다』고 말한다.
생리학적으로는 지방간이 있는 상태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소주 8홉을 10일 동안 계속 마실 때 알콜성 간염이 되나 체질·영양상태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달라진다.
한양대의대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10명당 3명꼴이아세트알데히드분해효소(ALDH)를 갖고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소량의 음주로도 쉽게 간질환에 걸릴 우려가 있다.
알콜성 간염은 간질환 특유의 황달증세는 물론 소화불량·구역질 등 소화기 이상증세와 피로감을 동반하므로 술꾼들이 갑자기 쉬 피로를 느끼고 위장장애를 보일 경우에는 간염을 의심해 봐야한다.
치료는 간장병에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휴식과 안정」이 최선이며 증상에 따라 보조적으로 포도당·아미노산등 주사요법, 스테로이드 호르몬요법을 받아야 한다.
알콜성 간염은 급성간염의 일종으로 경과가 좋으면 2개월 정도 지나면 나을 수 있으나 방치하고 술을 계속 마실 경우엔 최대 약50%까지 중증인 간경변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정교수는 말했다.
간경변이 되면 간부전으로 피부·오줌 색깔과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함은 물론 코피를 자주 흘리고 잇몸출혈도 잦다.
또 합병증으로 ▲수면장애 ▲정신 및 신경이상·간성혼수 ▲물이 뱃속에 차는 복수 ▲다리가 붓는 증세를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각종 간질환을 일으키는 알콜은 결국 간암을 초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B형 급성간염은 모체로부터의 수직감염 경력 등 특수 이유로 약 14%가 만성화되고 만성활동성 간염의 약40%가 간경변으로 이행하고 이중 25%가 간암에 이르게 된다는 것. 다시 말해 급성간염환자 1천명 중 13명이 치사율이 높은 간암환자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과음습관은 간암을 유발하는 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의학전문가들은 해장술이 마취작용으로 일시적인 평정감을 줄 수는 있으나 결국 숙취로 무리가 간 간장에 2중부담을 주기 때문에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또 제약회사들이 과대광고를 일삼고 있는 간장약은 영양불량의 경우엔 비타민B복합제 정도가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술독의 제거나 간질환의 예방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강조하고 치즈 등 기름기 있는 안주는 위벽에 보호막을 형성하므로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 <김영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