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책들의 사건' 뒤에는 민음사가 있었다. 국내 최대의 출판 그룹 민음사(대표 박맹호)가 19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66년 서울 청진동 10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출발한 민음사는 최근까지 3500여 종의 책을 펴냈다. 비룡소(어린이책).황금가지(판타지.SF).사이언스북스(과학).황금나침반(경제.경영) 등 자회사만 6개를 거느리는 종합 출판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 전체로 따지면 하루 한 권 꼴로 책이 나오는, 국내 최대의 '지식공장'이다.
민음사의 첫 책은 일본 번역서 '요가'였다. 같은 해 최고의 연재소설 작가 유주현의 '장미부인'을 냈지만 참패했다. 박맹호 대표는 "활명수 한 병에 10원일 당시 빚을 3000만원 넘게 졌다"고 회고한다. 70년대부터 민음사는 전집 발간이라는 야심찬 행보를 보인다. '세계시인선'을 통해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나 릴케의 '검은 고양이'등 감미로운 작품들을 소개했다.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를 첫 권으로 내세운 '오늘의 시인총서'에서 김춘수.천상병.고은.박재삼.황동규 등을 선보였다. 80, 90년대 대학생들의 교양필독서였던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85년부터 14년간 발간한 20세기 지성사 시리즈 '이데아 총서'의 하나.
83년부터 16년간 발간된 '대우학술총서'는 민음사 특유의 뚝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순수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 연구 결과를 총 424권의 책으로 펴냈다. 90년대 들어 민음사는 국내 최초로 해외 작가들과 정식 계약을 맺은 '세계문학전집'에 도전했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등은 국내 최초 정식 한국어판이다. 민음사는 포탈 사이트 네이버에서 18일부터 주요 작품들을 일별하는 '민음사 40주년 온라인 회고전'을 연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