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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꼴로 책 … 국내 최대 '지식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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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삼국지' 등 총 작품 판매량이 2000만 부를 넘어섰다는 한국의 대표 문호 이문열. 그러나 그도 1979년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화려한 조명을 받기 전까지는 제대 후 갑갑한 세월을 보내던 문청(文靑)이었다. 82년 스물여덟 청년 최승호는 한 사람당 10편 이상 출품할 수 없다는 '오늘의 작가상' 규정을 어기고 '대설주의보'를 비롯해 무려 49편의 시로 응모,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82년)의 이성복,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84년)의 황지우 등 80년대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시인들의 발굴은 '김수영 문학상'의 공로다. 한국의 밀란 쿤데라 열풍은 88년 계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실리면서 불붙었다.

이 모든 '책들의 사건' 뒤에는 민음사가 있었다. 국내 최대의 출판 그룹 민음사(대표 박맹호)가 19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66년 서울 청진동 10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출발한 민음사는 최근까지 3500여 종의 책을 펴냈다. 비룡소(어린이책).황금가지(판타지.SF).사이언스북스(과학).황금나침반(경제.경영) 등 자회사만 6개를 거느리는 종합 출판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 전체로 따지면 하루 한 권 꼴로 책이 나오는, 국내 최대의 '지식공장'이다.

민음사의 첫 책은 일본 번역서 '요가'였다. 같은 해 최고의 연재소설 작가 유주현의 '장미부인'을 냈지만 참패했다. 박맹호 대표는 "활명수 한 병에 10원일 당시 빚을 3000만원 넘게 졌다"고 회고한다. 70년대부터 민음사는 전집 발간이라는 야심찬 행보를 보인다. '세계시인선'을 통해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나 릴케의 '검은 고양이'등 감미로운 작품들을 소개했다.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를 첫 권으로 내세운 '오늘의 시인총서'에서 김춘수.천상병.고은.박재삼.황동규 등을 선보였다. 80, 90년대 대학생들의 교양필독서였던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85년부터 14년간 발간한 20세기 지성사 시리즈 '이데아 총서'의 하나.

83년부터 16년간 발간된 '대우학술총서'는 민음사 특유의 뚝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순수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 연구 결과를 총 424권의 책으로 펴냈다. 90년대 들어 민음사는 국내 최초로 해외 작가들과 정식 계약을 맺은 '세계문학전집'에 도전했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등은 국내 최초 정식 한국어판이다. 민음사는 포탈 사이트 네이버에서 18일부터 주요 작품들을 일별하는 '민음사 40주년 온라인 회고전'을 연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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