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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거리듯 붉게 타는 노을은 아름다웠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마눌님! 마눌님!(50·끝)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이른 저녁을 먹은 나는 오랜만에 마눌과 같이 아파트 뒤 산등성이에 올랐다.
때마침 저녁노을이 불타고 있었다.
저 멀리서 우리의 지나온 세월이 노을과 함께 뒤섞여 너울거리며 우리 가까이 왔다.
그 세월 모두 아름답게 보였다.

“가끔 이곳 산에 올라와 노을 구경을 할 걸 그랬나 봐.”
“그러게... 노을이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아”
“마치 당신과 나와의 세월처럼....”
“이놈 삼식이 때문에 당신 고생이 많았어.”

마눌은 노을에 젖어 벌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한마디 더 한다.
“내가 바가지를 너무 박박 긁었지? 맞지? 삼식씨! ㅋㅋㅋ...”
나는 아무 말 없이 마눌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kangcho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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