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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발전이 원인” 논란에 “국가 책임 없다” 결론부터 낸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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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포항 지진 원인에 대해 정부가 미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을 두고 포항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 등 500여명은 5일 포항시 평생학습원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책임 인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서 지진과 관련해 대규모 집회가 열린 건 지난해 11월 15일 지진 발생 이후 처음이다.

“지진 예측 불가능 … 법 위반 아니다” #지역 단체 “정부가 책임 회피” 반발

결의 대회는 지난 2일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김 의원은 당시 A4 1장 분량의  ‘포항 지열 발전 관련 국가배상에 대한 법률자문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부 보고 문건이다.

이 문건은 “지열 공사에 따른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한 위험은 사전 파악이 어려워 법령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담당자의 지진 사전 예측은 불가능해 통상 갖춰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등의 표현이 들어있었다. 지진 발생 원인이 지열 발전일 경우 정부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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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난 후 정부는 정밀조사단을 구성했다. 진앙 인근에 건설 중이던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문건 공개로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을 때 국가 배상 책임을 따져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지열발전소에서 높은 압력으로 물을 주입했다가 지진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지열발전소와 지진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조사단은 내년 2월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대학교수와 연구기관 관계자 등 20여 명도 지열 발전 공동연구단을 꾸려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은 4월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 건설에 따른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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