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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이 러시아 생활 접고 한국 돌아온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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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5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결선에서 1위로 들어온 뒤 러시아 국기를 두르고 있는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 [중앙포토]

2014년 2월 15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결선에서 1위로 들어온 뒤 러시아 국기를 두르고 있는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 [중앙포토]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남자쇼트트랙 현역선수 경력을 마감하고 한국에 돌아온다. 일각에서는 이중국적자인 딸의 양육이나 한국을 그리워하는 배우자 때문에 복귀를 결심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러시아 체육계에서는 큰 뜻을 펼치기 어렵다는 한계가 근본적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선수는 올해 33세 나이로 유럽선수권 500m 은메달을 획득하여 아직 남자쇼트트랙 단거리 종목에서 국제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8 평창겨울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고, 37세에 열리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앞서 안 선수는 “의미있는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조국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출전을 간절히 바랐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 올림픽 조사팀이 발표한 ‘맥라렌 리포트’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좌절됐다.

‘맥라렌 리포트’는 지난 2016년 러시아의 국가적인 금지약물 복용 후원을 고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해당 보고서의 신빙성을 인정해 러시아의 평창겨울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빅토르 안 등 ‘맥라렌 리포트’ 기재 선수는 올림픽 출전자격이 영구적으로 박탈됐다.

평창겨울올림픽 개인 자격 참가를 희망하는 러시아 선수는 도핑 문제에서 결백함을 입증한 후에야 ‘러시아 출신 체육인’이라는 중립적인 이름으로 출전했다.

러시아체육부는 IOC가 평창겨울올림픽 참가자격을 박탈한 39명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 절차를 밟았으나 빅토르 안은 대상자가 아니었다.

16일 오후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빅토르 안의 부인 우나리씨가 관람석에 앉아 있다. 2017.11.16   [연합뉴스]

16일 오후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빅토르 안의 부인 우나리씨가 관람석에 앉아 있다. 2017.11.16 [연합뉴스]

한편 빅토르 안은 2011년 러시아 행을 결심했다. 러시아 국적을 얻어도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 시민권을 얻으면서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러시아빙상경기연맹은 풍족한 지원과 은퇴 후 진로 보장까지 약속했다. 그리고 그는 2014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500m·1000m·5000m 계주), 동메달 1개(1500m)를 ‘새 조국’ 러시아에 안겼다.

6일 안 선수의 측근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안현수는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이라며 “그도 한국 귀환에 대한 대중의 비난 여론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아내와 아이 때문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안현수의 아내 우나리 씨가 러시아 생활 중 향수병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내와 딸의 양육을 위해 한국을 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현수는 2014년 우나리 씨와 결혼해 슬하에 딸 제인을 두고 있다.

측근은 “러시아 빙상계와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번 (귀환) 결정에 대해 원만한 해결을 이뤘다”라고 했다. 안현수 거취에 대해선 “모든 것이 미정이다. 본인의 한국 체류 여부도 숙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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