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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애정이 절실할 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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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교입시가 끝났고 이틀후면 전기 대학입시도 끝이 난다.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워야 할 청소년 시절을 시험지옥에서 보내야만 하는 우리들 청소년 자녀들에게 먼저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청소년시절이라고 해서 멋대로 놀고 멋대로 행동하라는 뜻에서의 아름다움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값진 젊음이란 자신의 일, 맡은 바의 일을 뼈를 깎는 어려움 속에서 성취해 낼 때 그 젊음은 빛을 발하는 것이다.
비록 과열된 입시경쟁 이긴 하지만 그것은 청소년으로서 거쳐야할 통과의례인 것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원만한 인격형성이 교육의 기본이어야 하고 그 관문의 통과의례가 시험이라는 형식으로 치러지지만, 전국의 학부모와 자녀들은 함께 어우러져 이 입시라는 열병에 휘말려 드는 게 오늘의 교육현실이다.
그것이 단순한 사회적 몸살로 그치지 않고 「정신신경과 입원환자 가운데 청소년 비율이 13.7%를 차지」하는 정신법리로 나타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앙대 이길홍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입원 청소년중 고3 재수생이 15.9%를 차지하고 그중 56.2%가 입시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신경증을 앓고있다는 것이다. 입시병 청소년 비율이 85∼86년 42.1%에 비해 87년엔 78.3%로 급격히 증가했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입시스트레스 증후군을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겠지만 고입·대입 시험을 치른 학생들에겐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스트레스가 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시험을 끝마침과 동시에 갑작스런 해방감을 표현하고 싶은 충동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사례가 어제 있었던 입시 끝낸 중학생 4명의 자그마한 강도사건이다. 부유한 집안출신의 중학생 4명이 고교입시를 끝낸 날 「마지막으로 보내는 중학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귀가중인 초등학생의 얼굴에 칼을 대고 위협, 손목시계를 빼앗아 달아났다.
이처럼 작은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대입낙방을 비관한 자살, 학업성적을 비관한 아파트투신자살 등이 꼬리를 무는 계절이 되었다.
특히 대입시험을 치를 청소년들은 신체적 발육이 왕성하고 정서적으로 격동에 사로잡힐 시기이므로 그들의 욕구좌절은 다양한 정신장애를 일으키기 쉽다는 점에서 학부모의 각별한 보살핌이 있어야겠다.
자녀에 대한 과잉기대나 입시가 인생의 승패를 가름한다는 식의 압박에서 해방되게끔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애정 있는 설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인 것이다.
또 시험지옥으로부터의 해방감이 가져올 우발적 충동을 자제시킬 수 있는 현명한 배려도 뒤따라야한다. 입시위주의 학교수업에서 멀어졌던 교양서적, 세계의 고전들을 읽게 하는 기회로 이 공백기를 채워주는 효과적인 방법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지겨운 시험에서 해방되었으니 마음껏 놀아라는 식의 학부모 대도는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뜻밖의 사고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된다.
YMCA가 21일부터 개설하는 「청소년 영화 노래 만화 아카데미」같은 프로그램은 특히 고교진학을 앞두고 긴 공백기에 접어든 중3학생들이 적극 참여할만한 청소년 광장일 것이다.
전기 시험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면 새로운 각오로 후기시험에 임할 자세를 선도해주는 것도 학부모의 애정관리다. 자녀에 대한 일류 집착증과 과잉기대가 자녀의 평생을 망치는 장해요인임을 우리 모든 학부형이 절실하게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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