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되면 걷는 게 더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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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 자동차 등록대수가 9일 현재 2백만 6백 11대로 집계됐다.
인구 20명당 자동차 1대씩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85년 기준 미국의 1.4명당 1대, 일본의 2.6명당 1대 등과 비교할 때 훨씬 뒤지는 것이나 86년 이후 차량증가는 연평균 26%의 신장률을 보여왔다.
현재의 추세라면 전국의 자동차는 2000년대에는 5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전체 등록차량 중 자가용 비율은 47.6%인 95만 2천 7백여대에 이르러 과거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던 자가용 승용차는 이제 중산층 이상에선 생활필수품으로 일반화됐다. 운전면허 소지자도 6백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자동차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도로여건, 주차시설 등 교통시설과 운전자의 질서의식 등은 이를 따르지 못해 만성적인 교통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자동차 2백만대 시대, 문제와 대책을 알아본다.
◇교통난 가중=2백만대 수준에서 서울의 경우 벌써 교통체증, 주차난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돼 예측을 불허하고있다.
전국 차량 2백만 6백 11대 중 38.5%인 77만 1천 3백여대가 서울에 몰렸다. 서울지역 차량은 91년 1백 12만대, 2000년엔 2백 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서울의 경우 자동차는 연평균 7만대씩 증가하고있다.
그러나 도로율은 84년 16.01%, 85년 16.62%, 86년 17.02%, 87년 17.29%로 극히 저조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의 경우 대도시의 도로율이 워싱턴 43%, 파리 35%, 뉴욕 25%, 동경 24%등이어서 우리의 도로여건은 자동차 대중화 이전수준인 셈이다.
◇도로확장 난제=교통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의 도로 총연장은 87년 말 현재 7천 1백 37km로 지난 81년 6천 6백 89km에서 연평균 74km씩 증가했다.
그러나 폭 12m 이하 도로와 차량통행이 어려운 뒷골목이 전체도로의 80%인 5천 8백여km에 이르고있어 차량이 제대로 통행할 수 있는 도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서울시가 도로건설사업에 투자하는 예산은 연평균 1천억원. 그러나 도로율을 1% 올리는 데만 9천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도로여건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늘어나는 것은 차량만이 아니다. 2000년대의 서울 상주인구는 1천 1백 80만명, 하루 교통인구는 3천만명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도로율이 증가할 경우 2000년 초의 러시아워 자동차 주행속도는 7.5km. 걷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르게된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주차난 심화=87년 말 현재 서울시내는 차량 31만 4천 6백66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주차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서울지역 등록 차량대수(77만 1천 3백여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면적이다.
또 서울시의 총 주차면적 중 도심지의 주차면적은 15%(4만 7천 5백 26대분)에 불과하다.
연간 주차위반 적발차량이 서울의 22만대를 포함, 55만대나 되는 것은 주차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늘어난 교통사고=차량의 폭발적인 증가는 교통사고를 부채질하는 주요원인이 되고있다.
지난 10년 간의 연평균 교통사고 증가율은 12.5%. 87년 한행동안만 전국에서 17만 5천 6백 61건이 발생, 7천 2백 6명이 숨지고 22만 2천 6백여명이 부상했다.
하루평균 4백 81건의 사고가 발생, 20명이 숨지고 6백 10명이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 같은 사고율은 차량 1만대당 기준으로 볼 때 사고 발생건수는 1천 90여건에 사망 44명, 부상 1천 3백 80여명인 셈. 이는 미국의 차량 1만대 당 교통사고 1백 25건에 사망 3명, 부상 1백 83명, 일본의 교통사고 1백 12건에 사망 2명, 부상 1백 39명 등에 비해 엄청난 것이다.
◇시급한 국가차원 대책=이같이 복합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견해다.
자동차 증가폭만큼 도로율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지하철 노선을 확충, 버스와의 연계노선을 강화해 대중교통수단을 늘리고, 자동차세의 인상, 도심 통행비 징수 등의 방안으로 자가용의 증가를 억제해야한다고 말한다.
또 주차해소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노상주차장을 양성화하고 시간대별로 주차제한을 두며 도심 외곽 지하철역 주변에 대형주차장을 설치해 자가용 출근자들이 도심 외곽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도심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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