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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BTS와 병역 특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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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병역 특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혜택을 왜 주느냐”가 아니라 “줘야 한다”다. 대상은 방탄소년단(BTS)이다. 석 달 새 두 번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게 계기가 됐다. 올림픽 금메달 못지않은 성과를 올렸으니 병역 혜택을 주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21~25세다. 입대를 코앞에 뒀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로는 이들에게 병역 특례를 줄 수 없다. 현행법상 특례는 스포츠와 고전음악·발레·국악·서예 등의 분야만 가능하다. 대중문화는 한류 ‘태풍’을 일으켜도 해당이 안 된다. 방탄소년단이 논란이 된 이유다.

스포츠·문화 병역 특례는 1973년 제도화됐다. 올림픽 메달이나 국제 경연대회 입상 등이 조건이다. 박찬호·박지성·추신수 같은 스포츠 스타들이 덕을 봤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만 15세이던 2009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올라 일찌감치 병역 혜택을 확보했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입상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국제적 성과를 쌓아 올린 스타들에게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때론 잡음이 생겼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가 그렇다. 딱 한 번 국가대표로 나온 선수에 대해 “얼마나 국위 선양에 보탬이 됐다고 병역 혜택을 주느냐”는 반발이 일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땄을 때는 ‘4분 병역 면제’가 화제였다. 3, 4위전에서 일본에 2대 0으로 앞서 동메달이 확실해졌던 후반 막판 김기희가 교체로 들어와 4분을 뛰고 병역 특례를 받았다. 당장 “조별 리그부터 570분간(연장전 포함)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가 있는데, 그 140분의 1밖에 뛰지 않고 특례를 받았으니 효율 만점”이란 말이 나왔다. 그래서 대안으로 ‘병역 특례 마일리지’가 제기됐다. 한 번 메달을 땄다고 해서가 아니라 꾸준히 국위를 선양해 쌓인 포인트가 일정 점수를 넘었을 때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이 방식이 대중문화 분야에까지 적용되면 빌보드 차트 붙박이 멤버인 방탄소년단은 특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쪽에선 병역 특례 축소론이 나온다. 줄어드는 병역 자원과 국민 전체에 대한 형평을 고려해서다. 아시안게임 야구는 여기에 불을 지폈고, 방탄소년단은 반대로 특례 확대 적용 여론을 일으켰다. 병무청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참에 ‘솔로몬의 지혜’가 깃든 개선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형평성을 중시하는 국민도 기꺼워하고, 스포츠·문화 한류를 성원하는 이들도 환영하는, 그런 해법 말이다.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