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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 수수혐의 김덕룡 의원 부인 아파트 CCTV에 "주스상자 딱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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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홍삼주스 상자, 포도주스 상자, 배즙 상자…'.

한나라당 공천 헌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 수사관들은 지난달 중순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부인(64)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 S내과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각종 주스 상자 7개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각각 현금 5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모두 4억3901만원이 들어 있었다.

김 의원 부인은 "결혼한 큰아들의 분가와 주택 구입을 위해 한모(66)씨에게서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초구청장 후보가 되기 위해 김 의원 부인에게 공천헌금을 준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김 의원이 거주하는 서초동 아파트 폐쇄회로 TV 녹화물을 보고 결정적 증거를 잡았다. 김 의원 부인이 수차례 주스 상자를 들고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김 의원 부인과 한씨를 추궁해 올 2월 24일부터 3월 10일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돈이 든 주스 상자를 주고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장소는 모두 김 의원 아파트 근처 길가였고, 시간은 오후 7시30분 이후였다.

김 의원 부인은 한씨에게서 받은 돈을 집에 가져간 뒤 다음날 자신의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 부인은 "남편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병원에 돈을 가져가 보관했다"고 검찰에서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과 상자와 굴비 상자 등에 각각 3억원과 2억원이, 간고등어 상자에는 3000만원, 곶감 상자에 2000만원, 초밥통에는 300만원이 들어간다"며 "주스 상자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4억3901만원을 받은 것은 한씨가 돈을 잘못 셌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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