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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과 닮아 17년 간 억울한 옥살이…진범 잡은 열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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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억울하게 옥살이 한 리차드 존스(왼쪽)과 진범 릭 아모스(오른쪽) [켄자스 주 교정당국]

17년간 억울하게 옥살이 한 리차드 존스(왼쪽)과 진범 릭 아모스(오른쪽) [켄자스 주 교정당국]

미국에서 한 남성이 진범과 닮은 외모로 누명을 쓰고 1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출소 2년을 남겨 두고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존스는 1999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 외곽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의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경찰은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밝은 피부색의 히스패닉계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존스는 사건이 일어난 시각 여자 친구 집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와 목격자는 그를 범인으로 확신했다.

재판부는 존스에게 전과가 있다는 점까지 덧붙여 그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19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존스는 감옥에서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존스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됐다.

존스는 우연히 동료 재소자들로부터 릭 아모스라는 남성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소자들로부터 단서를 찾은 존스는 미 인권단체 '이노센스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했고, 단체의 추적 끝에 아모스가 진범임이 밝혀졌다.

수사 당국의 재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두 사람의 인상착의는 쉽게 구별이 어려울 정도였다.

두 사람은 외모는 물론이고, 머리 스타일, 키와 몸무게도 같았고 나이도 불과 한 살 차이였다.

존스와 아모스의 사진을 뒤늦게 확인한 피해자 역시 존스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다.

결국 존스는 지난해 6월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17년 만에 풀려났다.

다만 진범인 아모스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되지 않았다.

존스는 최근 캔자스주를 상대로 110만 달러(약 12억3000만원)를 보상금을 청구하고, 캔자스 주 법원이 자신의 무죄를 공식 발표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청원서에서 "재교육과 직업 훈련 등을 비롯해 진정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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