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시장 해법은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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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정해진다.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반대로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주택도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오른다. 최근 폭등하는 서울 집값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세제라든가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이라며 “정부에 공급 확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의 ‘주택 공급 확대’ 주장은 맞는 방향 #부동 자금도 생산적인 분야로 가도록 물꼬 터야

이 대표는 지난달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3주택자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주택 소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집을 사는 걸 막는 ‘수요 억제책’이었다. 이 대표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부작용투성이의 수요 억제책을 고집하는 대신 주택 공급 확대를 정부에 요청한 건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집값이 급등한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6.1%(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서울의 가구 수는 2022년까지 매년 1만 가구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에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원인 강남 4구는 지난해 주택 수가 오히려 줄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4구에는 1만5093채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섰지만 멸실된 아파트는 1만7647채나 됐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주거지인 강남의 주택 수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주는데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몰리니 값이 뛸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저금리로 인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유동자금 1116조원이 몰려나와 집값을 달군 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주택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서울에는 집을 지을 택지가 별로 없다. 결국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양질의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공적 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이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시중에 넘치는 돈이 아파트가 아니라 생산적인 곳으로 흐를 수 있도록 물꼬도 터야 한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과 벤처 산업 등에 관한 규제를 풀어 돈이 이 분야로 몰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의 집값 급등을 투기 세력의 준동에 따른 결과로만 보고 수요 억제책만 쓰면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은 그래야 생긴다.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 과거 정부가 가르쳐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