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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자유무역지역, 수출품이 몽땅 쓰레기더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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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8일 오후.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 전진기지인 마산자유무역지역 1공구 내 ㈜다린.

화장품.세제 등의 꼭지에 부착하는 펌프 등을 생산, 세계 33개국에 수출하는 이 회사의 빈 터마다 바닷물에 젖은 완제품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화물트럭이 쉴새없이 오가며 폐기물로 변한 박스를 회사 밖으로 실어내고 있다. 스프레이 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조립기 10대(대당 4억원)는 모두 바닷물에 잠겼다.

이태석(48)상무는 "일부 생산라인을 응급 복구해 24시간 시험가동 중이지만 자주 멈추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때문에 다린은 P&G 중국 상하이 현지 공장에 납품할 화장품용 펌프를 5일째 선적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한 컨테이너(34만개, 7만달러 어치)씩 보내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위약금을 물어야 할 형편이다. 다린의 피해규모는 제품 6억원, 생산설비 교체시 20억원, 2개월간 매출손실 2백만달러 등 5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입주 업체들이 태풍 '매미'가 몰고온 해일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이곳의 피해가 컸던 이유는 마산시 양덕동과 봉암동 바닷가 24만평에 자리잡고 있어 산처럼 밀려오는 해일을 그대로 맞은 탓이다.

특히 일부 도로는 해일에 밀려온 쓰레기더미로 가득차 있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봉암공단과 경계에 세워져 있는 철조망 위까지 쓰레기가 매달려 있어 해일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이 조사한 결과 입주업체 79곳 중 81%인 64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현재 피해액은 생산설비 4백33억원, 자재 3백97억원, 건물 29억원 등 모두 2천14억원대.

하지만 일부 업체는 생산설비가 바닷물에 잠긴 것이 노출되면 납품에 지장받을까봐 피해사실을 숨기고 있어 실제 피해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전체 수출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계 업체 48개사의 피해가 작지 않아 복구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올해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린 근처에 있는 한국소니전자 정문 앞. 바닷물에 젖어 폐기해야 할 CD.DVD 부품 30여t이 쌓여 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면 구석구석에 서류뭉치를 내놓고 말리느라 어수선하다.

공장 곳곳에는 뜯어낸 생산설비를 말리기 위한 선풍기가 돌아가고 일부 설비는 햇볕을 쪼이고 있다. 4천여명의 종업원이 연간 10억달러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피해규모를 제품 1백80억원, 생산설비 20억원 등 2백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23억달러의 휴대전화를 수출해 단지 내 최대 수출업체였던 노키아tmc도 휴대전화 직접피해 98억원, 생산중단 등 간접피해 1백60억원으로 2백58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산요가 투자한 한국동경전자.한국동경시리콘.한국TT 등 단지 내 '산요 3사'도 50억원의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 조열환 홍보팀장은 "외국계 기업은 생산량의 98%를 수출할 정도로 수출비중이 절대적"이라며 "이들 업체가 조속히 생산라인을 정상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하지만 정부가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도 제조업체는 자연재해대책법상 지원대상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마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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