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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동 ‘땅꺼짐’ 아파트…“주민 재입주 가능한지 판단 보류”

중앙일보

입력

31일 오후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옆 공사장 한쪽 지반이 무너져있다.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31일 오후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옆 공사장 한쪽 지반이 무너져있다.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지반이 무너져 대피한 가산동 아파트 주민들이 ‘땅 꺼짐’이 발생 이틀째인 1일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아직 안전 진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반이 침하된 땅 인근 도로에서도 침하 징후가 추가로 발견됐다.

서울 금천구청은 1일 오후 1시 사고 현장의 통합지원본부에서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아직 입실 여부를 확실히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며 “계측 결과를 더 지켜보고 내일 오전에는 재입주가 가능한지 결정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앞 도로에 지반 침하 징후가 보여 현재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전에는 구청 주도로 도로 지반에 대한 시추 작업을 실시됐다. 구청은 현재 전문가들과 함께 시추한 토질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입주 여부 결정이 늦어지는 건 계측기 설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땅 꺼짐 현장과 가장 가까운 1개 동은 계측이 끝났지만 다른 2개 동에 대한 계측이 남았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계측기를 구매해 추가 설치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며 “계측 후 24시간은 결과를 봐야 하는데 추가 설치가 늦어지면서 전문가들도 판단을 보류했다”고 발표했다.

금천구청은 전날 오후 6시에 “내일(1일) 재입주 여부를 발표 하겠다”고 주민들 앞에서 브리핑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주민들은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구청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행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31일 오후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옆 공사장 한쪽 지반이 무너져있다.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31일 오후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옆 공사장 한쪽 지반이 무너져있다. [피해 아파트 주민 제공]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주민설명회는 1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됐다. 중간중간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한 주민은 “말로는 안전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다시 땅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관련 대책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며 “안전 점검도 눈에 보이는 것만 실시하지 말고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주민 관심이 쏠린 문제는 피해 보상이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이틀 동안의 숙식비를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부동산 시세 하락 등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전날 안전 진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해 설치한 흙막이벽이 무너졌다“고 땅 꺼짐 원인을 밝혔기 때문에 주민들은 시공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형 공사로 아파트 옆 지반이 무너진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2015년 서울 강동구 한 대형 교회 신축 공사 도중 지하수가 인근 아파트 쪽으로 유출돼 지반이 무너졌다. 정밀 진단 결과  아파트가 20㎝가량 기운 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은 건물 시공사로부터 피해 보상과 이사 비용으로 가구당 6000만원씩을 받았다. 2014년 전남 목포 아파트 주차장 붕괴 당시에는 건설사가 주거생활비 명목으로 3억여원을 부담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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