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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성추행 증거 있나” vs 최영미 “입증 자신있다”

중앙일보

입력

고은 시인. [중앙포토]

고은 시인. [중앙포토]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고은(85, 본명 고은태) 시인 측이 법정에서 “(성추행) 주장은 허위”라며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 측은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본인의 결백을 먼저 입증하라”고 맞섰다.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 이상윤)은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사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기일을 열었다. 최영미 시인은 이날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고은 시인의 대리인은 “원고는 그런(성추행을 한) 사실이 없으며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의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성 부분에 대한 입증이 문제가 되는 만큼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주장했다. 의혹을 제기한 최 시인 측에 근거를 대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영미 시인의 대리인은 “피고가 제보한 건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내용이라 명백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성추행)이 있었다는 증언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박진성 시인의 대리인도 “고은 시인에 대해 자신이 본 것과 똑같은 내용의 ‘미투’ 얘기가 나오니 거기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입증 책임을 떠밀자 재판장은 “서로 책임 전가를 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한이 없다. 입증할 계획이 없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이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영미 시인이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 시인은 재판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제가 직접 보고 목격한 것이라 입증할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입증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해야겠다”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단 내 성폭력을 말하면서 고은을 말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9월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에 고씨를 암시하는 원로문인의 성추행을 언급한 시 ‘괴물’을 실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지난 2월 뒤늦게 시를 통해 고발이 알려지만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최영미 시인은 이후 방송 뉴스에 출연해 원로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밝혔고,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는 그가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고은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 등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지난달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적인 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며 최 시인과 자신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박진성 시인,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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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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