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인사」유임…민정도 갸우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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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2·5개각」을 보는 정가표정-기자방담>
-노태우 정부가 12·5 개각을 고심작으로 내놓았읍니다만 여야의 평가가 아주 대조적이예요. 한 쪽은 박수를 치고 좋아하고 다른 쪽은 미흡하다고 하고….
문제는 야당측 반응인데 평민당은 총리와 부총리 인선에 대해선 애쓴 흔적이 있다고 보았지요. 그러나 박세직씨가 안기부장에, 최병렬씨가 문공장관에 임명된데다 특히 김용갑 총무처장관이 유임된데 대해선 국회와 야당을 모독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요.
-감정적인 문제도 있나봐요. 다른 야당에는 총리지명자를 통보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평민당엔 5일 아침까지도 연락이 없었다더군요.

<총리는 노작 인정>
-총재단 회의에선 『참신한 인물이 없고 5공의 연장선상의 인사』라고 규정짓고 총리임명동의도 안된 상태에서 장관까지 임명한 것은 과거의 위헌적 발상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난했지요.
평민당 단독으로라도 짚고 넘어가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은 4일 오후 최병렬 정무수석으로부터 통보받았고 5일 확대간부 회의에서도 강총리가 5·l6에 반대한 점을 지적하는 등 나름대로 고심한 인사라고 평가했지요.
그러나 김총무처장관과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의 유임, 박안기부장의 임명에 대해선 당황했어요. 처음 5공 청산을 잘 해달라고 논평했다가 다시 미흡한 인사라고 덧붙이는 등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했지요.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다른 당직자에겐 함구령을 내리고 대변인에게만 성명을 내도록 지시했어요.
당직자들은 특징없는 모자이크식 인선으로 몇개월 못갈 과도적 인사가 아닌가라고 말하고 있지요. 공화당도 김용갑·이수정씨에 대해선 납득하기 힘들다고들 해요.
-그런대로 수긍하면서도 박세직 안기부장 임명과 이수정 청와대 공보수석, 김용갑 총무처장관 유임이 문제라는 거군요.
-민정당에서도 김용갑 장관 유임에는 좀 고개를 갸우뚱해요.
왜 구태여 말썽거릴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하지만 야당이 갈아치우라 한다해서 모두 바꿀 수야 없죠.
대통령으로서도 지킬 사람은 지켜준다는 걸 보여야 될 것이고…. 노대통렁의 숨은 일면을 보인 것 아니겠어요.
-총리실에서는 유임을 믿던 이현재 총리가 경질되자 역시 실천력을 중시한 게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어요.
-이한동 내무, 허형구 법무장관의 기용은 추진력에 신경을 쓴 것 같아요. 정부나 민정당이 공권력 확립을 최대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그런 방면에서 실천력을 강조한 것이지요. 민주화작업이 무질서가 아니란 걸 보이는 것이 강총리 내각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강총리도 신사로 소문나 있지만 의원총회 발언같은 걸 보면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등 강한 소신을 보여왔지요.
-내각 면면을 살펴보면 고집과 소신이 있는 사람이 있고, 정치인들이 많아 이제까지 관료장관 때와는 국무회의 분외기부터 다르겠죠. 과거 5공때와 같은 강경은 아니라도 강인하고 뭔가 「색깔있는 내각」이라고 할까요.
-내각 안에는 김용갑·최병렬·현홍주씨 등 「노태우 친위대」들이 포진하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체제수호적 성격을 진하게 풍길 겁니다. 극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익보수주의 성향이라고 봐야겠죠.

<박철언체제 강화>
-총리, 부총리에 점잖은 사람을 앉힌 것은 청와대 친정체제확립이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청와대의 박철언 보좌관이나 문희신 경제수석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이니 정치·경제를 청와대에서 관장하게 될 거라고 보는 거죠.
박철언 보좌관과 최병렬 정무수석 간에 갈등이 있었다는 등의 소문도 나돌긴 했어요.
-최병렬 문공장관은 지난 총선책임에다가 전두환씨 문제처리과정에서 연희동 쪽에서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아 당내외에 운신이 힘들었죠.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읍소했다고 합니다.
-최병렬 정무 대신 최창윤 민정당 기획조정실장이 정무수석에 기용된 것도 민정당이나 본인은 뜻밖으로 생각하는데 역시 박철언씨가 천거한 게 아니냐는 말이 있어요.
-한때는 현홍왕 법제처장이 기용될 것이라고들 했는데 최창윤씨로 바뀐데는 박보좌관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는 거죠. 결국 정치부문에선 박철언체제의 강화가 아니냐는 추측도 있어요.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통과가 새 내각 첫 시련인데 평민당만 반대할 뿐 나머지에선 무리가 없는 것 아닙니까.
-총리는 인준해주고 김용갑 장관은 해임건의를 할 가능성이 있지요.

<일부 해임안 낼지도>
-지금까지 국무총리와 내각이 한꺼번에 임명, 발표된 게 관례였는데 굳이 평민당이 위헌이라고 문제삼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민정당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6일 국회에 동의안이 제출되면 본회의 보고·발의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투표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각 당 의견이 어떻게 조정될지 봐야죠.
-국무총리야 야당이 어떻게 나오든 통과야 되겠지만 김용갑 장관 등 개별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나와 통과되든지 하면 새 내각으로선 큰 타격입니다.
-만일 총리인준을 못받으면 내각이 총사퇴해야 되는 건 필연적입니다.
-새 내각이나 곧 개편될 민정당의 새 진용이 대처해야 할 첫 과제인데…글쎄 야당에선 한번 흔들어보는 수를 쓰려고 할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동안 내부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던 당 정관계도 이번 개각으로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습니다. 최병렬 전 정무수석에 대해 당내에선 불만이 있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민정당에선 강총리 등 당출신이 12명이나 나가 「민정당내각」이라고 느끼는것 같아요.
-당출신 장관은 정치성향이 배어 있는데다 민정당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동안 당정간 마찰을 해소할 수 있을 걸로 보기 때문이겠죠. 예를 들면 민정당이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공권력의 상실문제나 지방행정조직의 「충성도」상실 등 민정당이 안고 있는 고민들에 강력히 대처해줄 걸로 기대하는 거죠.
-당의 중간 리더들이 행정부로 많이 기용된 걸 두고 후계체제배려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당의 김윤환·정호용·이종찬 의원 등과 경쟁을 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죠.
-중간 그룹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박세직씨외 안기부장기용에도 해석들이 구구합니다. 경력을 쌓게 하는 배려라는 얘기와 안기부를 좀 강화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등….
-이번 개각을 통해 당정간에 노태우 체제가 확실히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해요.
-사실 내부 연계를 살펴보면 당정핵심이 노체제의 뿌리인 「TK사단」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요. 청와대의 박철언 보좌관, 문희갑 경제수석, 민정당의 박준규·김윤환 총무 등이 핵심 고리역할을 하고 대통령은 그 위에서 친정을 하는 구도로 보입니다.
-민정당과 관계는 좋을지 몰라도 정부일각에서는 야당과의 관계를 걱정하고 있던데요.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처에 정치인 출신장관을 기용했으니 대국회관계도 좀더 성숙되고 원활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당정관계가 원활하다 보면 국회관계에선 오히려 소리가 나기도 쉽겠죠.
-당정회의를 어떻게 짜느냐는 게 관심거립니다.
후계자체제 배려-공화당 말기에는 청와대·중정·공화당·유정회 관계자들과 관계장관 등이 대책회의를 열어 중요한 사항들을 모두 결정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형식의 핵심모임이 생길 것으로 보여요. 물론 지금도 당정정책조정회의가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밀도 있는 모임이죠.
-노친정체제라는 구도에서 보면 민정당 당식개편도 예정대로 대표위원은 박준규 의원으로 굳어진 것 같죠.
-그동안 일부 반발이 좀 있었지만 이제 사그라든듯 합니다. 강영훈 총리내각도 「박대표」체제를 먼저 염두에 두고 한 느낌이예요.
-한때 내부에서 당내 실세인 정호용 의원, 김윤환 총무 등 TK내부의 알력과 이종찬 의원의 기대 등이 얽혀 잡음이 일었죠. 그러나 TK 세력끼리의 의견조정이 이뤄진 것 같아요. 또 박준규 의원 외에 별 뾰족한 대안도 없다는 것과 이종찬 의원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의외로 너무 거세다는 이유로 당초의 「박대표」 구상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노정부 답지 않게(?) 개편과정에서 보안에 철저했다는 지적이예요. 관계자들은 모두 삼청동 안가에서 자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안 주려 했죠.
-사실 지난번 개각에는 여론테스트를 하다가 너무 많은 사람을 희생시켜 비난을 받았었죠.
여론테스트 안해 이번에도 몇 사람 이름이 나돌기는 했읍니다만 청와대도 이점을 고려했는지 강원룡씨에게만 의사타진했다고 오해를 줄이려고 하더군요.
-야당추천케이스로 소문이 난 김창근·문태준 장관은 민정당에서 추천한 인물들이라더군요.
-그런데 김창근씨는 「원대한 포석」이 아니냐는 추측들을 많이 하던데요.
-여소야대를 해결하기 위한 TK사단의 정계개편구상이 싹을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당장 정계개편은 어렵겠지만 예산안 통과에서처럼 지자제나 중간평가문제 등에서도 야당과의 정책적 제휴는 필요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화·민주 양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죠.
-이제부터 슬슬 포석이 되어가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읍니다.
-앞으로 당직개편까지 이루어지면 재야제휴의 모양은 분명히 드러나겠죠.
중간평가 뿐 아니라 민정당 앞날을 내다보면 어려운 일들이 산적해 있으니까 노정부나 민정당으로서도 대야제휴는 단기적으로 절실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큰 비중을 가지고 투자될 겁니다.

<김진국·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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