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이셋맞벌이] "한 숟가락만" 밥그릇 들고 2시간 숨바꼭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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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밥을 너무 안 먹어서 끼니 때마다 따라다니며 2시간은 먹여야 한다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아이와 매일매일 '밥과의 전쟁'을 벌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나 역시 둘째가 입이 짧아 고민하고 있던 터라 남 일 같지가 않았다. 둘째는 밥상만 차려 놓으면 멀리 도망을 가거나 억지로 입 안에 밥을 넣어 주어도 씹지 않고, 심지어 뱉어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큰소리를 치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배가 고프면 먹게 마련이다'라고 해서 굶겨도 봤다. 하지만 이렇게 입이 짧은 아이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배가 고파지면 우유를 찾는데 이럴 때마다 할머니가 나타나 "애를 잡는다"며 억지로 밥을 먹이려는 엄마를 무시하고 우유를 갖다 주기 일쑤다.

셋을 키워보니 밥 먹는 것도 타고 태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습관을 제대로 들여주지 못했으니,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고 무조건 아이만 탓할 수는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유식을 한 번도 해주지 않은 결과인 것 같아 사실 아이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유식이라는 것이 본래 밥 먹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의미가 더 큰 것인데, 체계적으로 해주지를 못했으니 어쩌면 뻔한 결과인지도.

그래도 기대를 하는 건 씹는 훈련을 제대로 못해 아침에 먹은 시금치를 점심 시간이 지나도록 입 안에 그대로 넣고 다녔던 큰 아이도 네 살 이후부터는 그런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둘째도 내년이면 좀 나아지려나.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 밥 안 먹는 아이 후닥닥 영양 메뉴

① 통깨 또는 콩가루 주먹밥=따뜻한 밥에 김가루.깨가루 등을 뿌려 밥을 고루 섞는다. 한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동그랗게 빚은 다음 겉에 통깨를 잔뜩 묻힌다. 콩가루를 묻히면 인절미 맛이 난다. 겉에 다양한 재료를 묻혀 접시에 담아주면 밥 같지 않게 모양도 예쁘고, 손으로 집어 먹기도 좋아 아이가 잘 먹는다.

② 대파 볶음밥=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다진 것을 먼저 볶는다. 마늘이 반쯤 익으면 대파 다진 것을 넣고 함께 볶는다. 대파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 밥을 넣고 섞는다. 여기에 맛소금과 통깨를 넣어 간을 한다. 기름에 볶으면 마늘과 대파의 매운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꽤 잘 먹는다.

⑧ 참치양파 볶음밥=팬에 참치 캔 기름을 약간 두르고 다진 양파와 다진 당근, 시금치를 넣고 볶는다. 여기에 양파. 마늘.참치 살을 넣고 골고루 익힌 다음 밥을 넣고 볶는다. 충분히 볶으면 부드러워서 어린 아이에게 먹이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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