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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선선하다고 안심마세요…비브리오 패혈증 주의

중앙일보

입력

8~9월에 집중 발생…“간질환 등 고위험군, 어패류 익혀야”

절기상 초복인 지난달 17일 오전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 문어 상인들이 판매할 문어 박스에 얼음 주머니를 넣어두고 있다. [뉴스1]

절기상 초복인 지난달 17일 오전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 문어 상인들이 판매할 문어 박스에 얼음 주머니를 넣어두고 있다. [뉴스1]

경기 평택에 사는 A(77)씨는 지난 16일 숨졌다. 극심한 복통과 설사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27일 경기 부천의 한 병원에서 숨진 B(64)씨도며칠 전 회를 먹은 뒤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이들의 혈액과 대변에선 모두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검출됐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29일 올해 비브리오패혈증 환자 발생이 지난해에 비해 매우 증가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질본에 따르면 27일 기준 올해 비브리오패혈증 신고환자는 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명(2.15배) 증가했다. 비브리오패혈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확인된 환자는 3명이다.

[자료 : 질병관리본부]

[자료 : 질병관리본부]

비브리오균은 수온이 20도 이상 되면 증식한다. 올해 한반도 해수 온도가 28도를 넘나드는 고수온 현상이 한 달 가까이 지속했다. 이 때문에 비브리오균이나 콜레라균, 식중독균 등 각종 세균 증식이 활발해져 어패류나 수산물이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날씨가 선선해졌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주로 늦여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비브리오패혈증 환자 발생 시기를 보면 5월 1명, 6월 10명, 7월 23명, 8월 59명, 9월 108명, 10월 47명, 11월 4명이다. 특히 8월∼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가 21도 이상일 때는 3~4시간만에 100만배로 늘어난다.

비브리오균의 종류는 크게 2가지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식중독,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은 패혈증을 일으킨다. 비브리오균 공통 감염 경로는 어패류다. 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제대로 익혀 먹지 않으면 감염된다. 장염 비브리오균에 감염되면 복통을 동반하는 설사·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호전된다. 설사와 구토가 극심한 경우 수액 치료와 항생제를 투여하면 하루 이틀 사이 증상이 줄어든다.

문제는 비브리오 패혈증이다. 잠복기인 20~48시간이 지나면 전신에 심각한 염증과 급성발열을 동반한다. 또 복통과 설사 증상이 나타나고, 열이 난 뒤36시간 안에 피부에 출혈성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저체온증과 호흡곤란 등도 유발한다. 한번 감염되면 병 진행 속도가 빠르다. 특히 간·당뇨 환자 등 만성질환자는 패혈성 쇼크가 올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비브리오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어패류는 5도 이하로 저온 보관해야 하고, 조리할 땐 85도 이상으로 가열해 충분히 익혀야 한다. 날것으로 먹는다면 흐르는 수돗물에 충분히 씻어야 한다. 어패류나 해산물을 만질 땐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고, 교차 오염을 피하려면 횟감용 도마와 칼은 따로 사용하고, 한번 사용한 도마와 칼은 열탕 소독을 해야 한다.

조은희 질본 감염병관리과장은 “특히, 간 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당뇨병 등의 기저 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발생률이 높고 치사율은 5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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