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씁쓸한 '최초'…내일 서울대 졸업생 '총장직무대리' 졸업장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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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에 열리는 서울대 '2017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생들이 받게 될 졸업증서(기본안). 붉은색 선 안을 보면 '서울대총장' 대신 '직무대리'가 적혀 있다. 조한대 기자

29일에 열리는 서울대 '2017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생들이 받게 될 졸업증서(기본안). 붉은색 선 안을 보면 '서울대총장' 대신 '직무대리'가 적혀 있다. 조한대 기자

29일 졸업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총장’ 이름의 졸업장 대신 ‘총장 직무대리’의 졸업장을 받는다. 이런 일은 72년 개교 이래 처음이다. 국내 최고 상아탑이라고 일컬어지는 서울대에서 벌어진 ‘총장 공석 사태’의 여파 때문이다.

29일 학위수여식, 졸업자 2526명 증서 받아 #지난달, 강대희 후보 사퇴로 총장 공석 때문 #"이번 사태 반성하고, 내년 2월 안에 총장 꼭 선출"

28일 서울대는 다음날 열리는 ‘2017학년도 후기 수여식’에 참석하는 졸업자 2526명(학·석·박사)은 ‘총장’이 적힌 졸업증서가 아닌 ‘직무대리’라고 적힌 졸업증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총장이 공석인 상태이기 때문에 직무대리인 교육부총장(학내 서열2위) 명의로 된 졸업증서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태”라며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좀 그렇긴 하지만 학내 규칙 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졸업증서(기본안)의 하단을 보면, 낙관과 함께 ‘서울대학교총장 직무대리/교육부총장/정치학 박사 박찬욱’이라고 적혀 있었다. 만약 총장이 있었다면 ‘서울대학교총장/OO학박사 OOO’이라고 적혀 있어야 할 자리다.

학교 측에 따르면 졸업증서에 총장을 대신해 직무대리가 기재되는 건 72년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처럼 졸업식이 열릴 때까지 총장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위 수여자들뿐이 아니다. 올해 이수를 앞두고 있는 최고위·최고경영자과정 등 45개 공개강좌 학생들도 ‘직무대리’ 명의의 이수증서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서울대 총장 공석 사태는 여교수 성추행 의혹, 논문 표절 시비 등을 빚은 강대희(56)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달 자진 사퇴하면서 일어났다. 이후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총장 선출 과정을 놓고 이사회와 교수·학생들의 입장이 갈리면서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상태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총장 선출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총장 선출이 늦어지면 내년 2월 말에 졸업하는 학생들도 ‘직무대리 졸업증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서울대의 한 교수는 “졸업증서의 총장 직함 자리에 직무대리가 적혀있는 게 당연히 이상하고, 보기 안 좋은 게 사실이다. 학교가 반성할 문제”라며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리는 내년 2월 전에는 반드시 총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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