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옥중 소회' e - 메일

지난달 28일 검찰에 구속된 정몽구(사진)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그룹 전 임직원에게 옥중 소회를 담은 서신을 e-메일로 보냈다. 구속 이후 처음 보낸 서신이다. "최근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충격과 안타까움.실망감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시작하는 편지의 명의는 정몽구 회장, 발신자는 그룹 경영지원본부였다. 경영지원본부는 e-메일의 서두에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정 회장을 몇 차례 접견하고 구술받은 내용을 재구성해 사우들께 전해 드린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편지에서 "무엇보다도 현대차 그룹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쌓아 온 여러분의 명예와 자부심이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게 한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모두를 덕이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자책을 덧붙였다.

그는 또 "오늘의 현대차 그룹은 국내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직원들의 자랑"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직원들의 모습이 유난히 떠오른다"고 심경을 전했다. "협력사 가족들에게 평소 칭찬과 격려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하는 착잡한 마음을 갖는다"고도 했다.

정 회장은 구속된 상황을 '멈춤과 고난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 중의 하나인 이곳에서 지나간 일을 성찰하고 경영을 되돌아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임직원의 애로를 더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비록 지금은 함께 있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함께 있음을 느낀다"며 "이번 일을 교훈으로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쳐 현대차 그룹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