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보다 컨디션 조절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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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입학력고사 앞으로 보름
대입학력고사가 이제 보름 조금 더 남았으며 일반 중·고교생들도 학기말시험준비를 서두르는 등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이 시험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닦아온 실력을 마무리짓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때다.
서울대의대 조수철교수(신경정신과)는 정신적으로 긴장상태에 있는 수험생들은 시험 날이 가까와짐에 따라 점차 불안감에 싸이거나 자신감을 잃게 되는 수가 많다고 지적하고 이제부터는 밤샘공부보다는 그 동안 흐트러져 있던 생체리듬을 서서히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노이로제증세로 주위에서 주의를 기울여 이 같은 증세가 보이면 주저 없이 전문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이제 와서 각성제를 먹어가며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은 학습효과도 문제려니와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시험에 대한 공포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것.
특히 각성제는 중추신경의 연상력을 방해하고 기억회상능력을 감퇴시키기 때문에 시험 당일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한다.
또 이제까지는 밤중에 주로 공부를 해 온 탓에 두뇌활동도 밤에 익숙해 있을 수 있으므로 심신상태를 야간형에서 주간형으로 적응시켜나가야 한다. 시험은 낮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수면시간을 5시간 이상으로 약간씩 늘리고 식사도 제때에 함으로써 정상적인 리듬을 찾도록 해야한다. 5∼6시간 자던 학생이 3∼4시간으로 잠을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새벽에 일어난 후 또는 방과후에 20분 정도의 뜀뛰기·줄넘기·자전거 타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고 감기와 같은 잔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온 등에도 유의하도록 한다.
수험생들은 주로 책상 앞에 앉아 있으므로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혈액순환이 잘 안되므로 운동은 생체리듬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 약간의 오락이나 음악감상도 긴장과 스트레스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자세.
『지나친 경쟁심보다는 최선을 다 할뿐이라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도록 하고 입시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입시는 어디까지나 삶의 일부이지 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는 것.
여기에는 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 조교수는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놀아서야 되겠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물론 『너만 믿는다』는 식의 지나친 극성은 오히려 수험생에게 긴장감과 부담감만 강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조교수는 『부모는 자녀의 능력이상의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하며 시험에 대해 자녀 앞에서 걱정하거나 불안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편 수험생의 영양관리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임신숙영양과장은 수험생을 위한 특별한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나 수험생은 긴장된 상태에 있어 소화와 흡수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이 시기가 성장기인만큼 우유·계란·야채 등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균형 있는 영양소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과장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과식하지 말고 식사 중간에 가벼운 간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간식으로는 깨죽·새우야채죽과 같은 해산물죽, 고기에 야채를 더한 장국죽·닭죽 등의 죽종류가 소화나 영양학적으로 무난하다고 추천한다.
이와 함께 일이나 과일주스 또는 신선한 야채의 섭취도 필요하며 시험당일은 평소 먹는 음식을 가볍게 들도록 한다. 식사를 거르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정신활동은 둔해지기 마련이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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