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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를 우리말 사전에서는 뭐라고 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마눌님! 마눌님!(46)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여보! 우리말 사전에 ‘삼식이’를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백수로써 집안에 칩거하며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는 융통성 없는 사람이래.”
“ㅠㅠㅠ....”

얄미운 마눌아!
왕년에 잘 나갔던 시절.
집에서는 한 끼도 안 먹었던 그때,
밤늦게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나에게 쏘아 댔던 당신의 말, 생각나지 않아?
“바깥에 딴 살림 차렸어?”라고 바가지 박박 긁었잖아.

세월이 유수같이 흐른 오늘,
당신의 입에서 정이 폭폭 담긴 따뜻한 말로
삼시 세끼 아니라 다섯 끼라도 마음 놓고 먹으라고 해주면
감지덕지해서 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할 텐데 말이야.

당신 내 말 들어? 안 들어?
고개를 들어 주방 쪽을 힐끗 쳐다보았더니
마눌은 겨울바람처럼 쌩~ 하니 사라졌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kangcho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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