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26·토트넘)이 천적 이란과의 경기를 마친 뒤 후배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에서 이란과 맞붙어 2-0으로 완승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쓰러진 후배들을 한명 한명 챙긴 뒤 후배를 모두 불러모았다. 그러고는 “3경기가 남은 게 아니라 매번 결승전”이라며 승리에 도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에게도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자리다.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라며 "제가 자리를 잡고 중심을 잡아야 후배들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16강전에서 손흥민은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동료 공격진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수비에도 가담해 팀 승리의 공신이 됐다.
그는 이란전 승리 소감에 대해 "저보다 어린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내가 열심히 했다기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이란전 징크스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며 “내가 휘둘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고 생각해서 자제하려고 노력했고,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려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란전에 앞서 후배들이 '뜨끔'할 만한 말도 했다. 그는 “경기에 앞서 후배들이 올해 초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패했던 것을 상기시켜줬다”며 “대한민국 축구가 절대 1-4로 질 팀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며 후배들의 자존심을 살짝 긁었다. 선수들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고,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8강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긴장해야 할 팀이다. 8강에 오른 팀은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소한 실수가 탈락으로 이어진다”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도 이날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6강에서 바레인을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만약 한국과 베트남이 8강전에서 나란히 승리하면 4강전에서 맞붙게 된다.
박 감독은 앞서 인터뷰에서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지만 지금은 베트남 감독이다. 어떤 팀을 만나든 간에 베트남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