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아이들과 공부 시간에 배운 민들레를 찾으러 운동장 가를 돌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대신 작은 풀꽃들을 보았다. 개불알꽃이라는 꽃이다. 남색 꽃잎이 네 장인 이 꽃은 이름이 좀 거시기 하지만 풀꽃들 중에서 제일 일찍 핀다. 땅에 딱 붙어서 피는 이른 봄 풀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빙 둘러앉아 꽃을 보고 있는데, 어디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 아이들과 나는 동시에 놀랐다. 학교 뒤 작은 도랑에서 개구리들이 울고 있었다. ! 우루루 달려갔다. 우리가 달려가니 개구리가 울음을 뚝 그친다. 아이들에게 쉿! 하며 발소리를 죽였더니 금방 다시 운다. 오랜만에 듣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맑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은 김에 학교 뒤에 있는 밭가로 가 본다. 비 맞아 촉촉하게 땅들이 보드랍다. 학교 뒤에서 바라보는 강변에도 봄빛이 무르익고 있다.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강과 들과 산, 마을에 오는 봄을 오래 바라본다. 버들가지가 피어나고 고기들은 깊은 물에서 풀려 나오리라.
교실에 들어와서 아이들에게 책에 나온 민들레를 그리게 했다. 아이들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샛노란 민들레꽃을 맘껏 피워 올린다. 태극기가 교실유리창을 넘겨다보며 바람에 펄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