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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간부, 현대차 계열 이노션에 딸 취업청탁···166명 들러리 탈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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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이노션 건물 내부[사진 연합뉴스 이노션 홈페이지]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이노션 건물 내부[사진 연합뉴스 이노션 홈페이지]

김학현(61·구속기소)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의 딸이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에 취업 청탁으로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노션은 2016년 하반기에 지원한 나머지 166명은 모두 고의로 탈락시켰다.

탈락자 소송 가능성도…지난해 강원랜드 탈락자도 유사 사례

 23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공정위 간부 뇌물수수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부위원장은 2016년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 안모(61)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부위원장은 “내 딸이 곧 외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는데 취직 때문에 걱정이다. 이노션이 좋은 회사라고 그러던데 이노션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이후 김 전부위원장은 딸이 신입사원 지원서를 제출하자 이를 안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이에 안 대표는 경영지원실장에게 “최종면접까지 볼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노션은 김씨에 대한 서류전형 심사는 생략하고, 2차 실무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2등인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하지만 최종 후보 2인이 된 김씨는 11월 치러진 3차 면접에서도 1등인 지원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안 대표와 경영지원실장은 직접 면접 위원으로 참여해 최고점수를 부여했다. 김씨는 결국 16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영전략 부문 최종합격자로 선발됐다. 나머지 166명은 들러리를 선 채 탈락하고 말았다.

이노션 홈페이지 내 채용 안내 페이지[사진 이노션 홈페이지]

이노션 홈페이지 내 채용 안내 페이지[사진 이노션 홈페이지]

 이노션은 2013년부터 하청업체와 불공정하도급거래와 관련해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된 기업이다. 2013~2015년에는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기준(총수일가 지분율 30%)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29.9%로 낮추기도 했다. 2015년 이후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6개월 만에 해결해야 하는 사안도 걸려 있었다. 취업 청탁이 일어난 2016년에는 순환출자 문제로 공정위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공정위의 우호적인 조치를 위해 딸을 채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15년 4월에도 공정위 직원을 삼성전자 비상근 고문직 채용을 청탁하는 혐의를 받았다. 2년간 계약직으로 연봉 36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이같은 채용 비리 문제에 대해 이노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당하게 탈락한 응시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검찰, 뇌물수수는 처벌했지만 공여자는 조치 안해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 전 부위원장을 구속기소했지만 그의 청탁을 들어준 이노션 고위 임원에 대해선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 전 부위원장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지만 '공여자'에 대한 처벌은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6년 전 발생한 강원랜드 무더기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해 당시 공채 시험에서 탈락한 피해 응시자 23명이 집단으로 손해 배상 소송을 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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