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4%로 동결 … 미국은 기준금리 5%로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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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가 1%포인트로 커졌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연 4%로 동결한 반면, 미국은 10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를 연 5%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와 환율 불안 등 불확실성 때문에 당분간 경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콜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수출과 생산 등 실물 경제는 괜찮은 편이지만, 내수 회복 속도가 다소 줄어들면서 경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5% 수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유가가 크게 올랐고 환율 하락도 과도하다"며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여건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률 전망치를 당장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유가와 환율 때문에 당초 전망 때와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60억 달러로 전망하고 성장률은 5%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현재 경기 여건이 이어질 경우 7월에 나올 하반기 한은 전망에서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대폭 줄고 성장률도 소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감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이 중에서도 아파트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이 점은 여전히 통화당국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면서도 "현재 통화정책의 기조는 경기부양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시중에 자금이 과도하게 풀려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 왜곡 현상이 극심하지만, 이를 잡기 위해 자금줄을 조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오히려 주춤하는 경기회복 기조를 떠받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콜금리 동결 영향으로 지표채권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연 4.92%를 기록하는 등 주요 채권 금리가 모두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연방 기준금리를 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004년 6월 이후 16번째 인상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01년 3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FRB는 이날 발표문에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추가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may be needed)"고 한 3월에 비해 다소 유보적인 의미의 표현(may yet be needed)으로 그 강도를 낮췄다.

김동호.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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