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사태종결〃 야 〃조사강행〃 정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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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씨 은둔」이후의 정국기류
「전씨 은둔」이후 정국수습을 위해 정치권이 부심하고 있다.
민정당측은 4당 영수회담 등을 추진하면서 전씨 문제를 매듭짓기를 바라고 있으나 야당측은 노태우대통령의 후속조치까지 본 후 대응태세를 정할 방침이어서 정국은 당분간 유동적인 상황 속에서 암중모색할 전망이다.

<여권>
이번 전씨의 사과로 전씨 문제는 완전끝맺음 돼야 한다는게 정부·여당의 강한 바람이자 기본구도다. 청와대측과 민정당측은 연일 당정회의를 갖고 여론동향과 대책을 점검중이다.
여권은 만약 전씨 문제가 해외망명이나 사법처리로 발전될 경우 이는 곧 전씨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 정권적 차원의 부담과 직결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시각에서 여권은 노대통령이 정치적 사면을 선언할 경우 야권에서도 더 이상 사법처리를 요구하지 않고 깔끔히 매듭짓게 되길 희망하고, 이에 따라 정치적 사면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민주개혁조치도 마련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씨 사과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주시하고있는 민정당으로선 평민·민주당이 『미흡하다』는 한마디로 차버리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면서도 내심 당황하고 한편으론 야속하게 생각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전씨 사과에 대해 70∼80%의 국민들은 납득하고 수용한다고 보고있으나 문제는 납득하지 않는 20∼30%의 목청이 더 크다는데 있다고 진단하고있다.
따라서 소수의 목소리가 커지고 번져나가는 여지를 최대한 줄이고 대신 다수의 수용론이 여론을 압도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나간다는 전략.
민정당이 생각해낸 그 1차 방안이 청문회연기.
청문회 자체가 5공 비리의 재생인데다 TV생중계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예정대로 계속될 경우 어렵게 조성된 일부 동정심과 이제 그만 끝내자는 분위기가 단숨에 날아가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이다.
또 「전씨 처벌」의 소수 목소리가 번지기전에 획기적인 민주개혁조치로 제2의 6·29선언도 계획중이다.
정부의 후속조치에 이어 대폭적인 당정 개편을 앞당김으로써 분위기를 일신시키는데 작용하는 방법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민정당 당직자들은 파트너별 여야 설득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특히 노대통령과 각 당총재간 청와대회담이 성사돼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있다.

<야권>
평민당은 전두환씨의 대국민 사과와 진상조사는 별개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평민당측은 노태우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든 ▲5공·광주청문회 등은 예정대로 계속 진행돼야 하며 ▲전씨는 국회에 출석, 진실을 증언해야 하고 ▲여야는 특별법 등을 제정, 특별검사로 하여금 전씨 재산·정치자금 등을 조사해 진상규명을 해야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원기총무는 당일 『전씨의 개인적 사과표시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조차 감상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고 밝혀 진상규명의 고삐를 늦출 뜻이 없음을 천명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전씨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로 전씨에 대한 사법적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생각들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그렇기 때문에 전씨가 직접 나서 모든 비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명쾌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전씨가 ▲국회의 「합동청문회 에 출석, 증언하거나 ▲전씨 자신이 스스로 「알맹이」가 담긴 입장을 정리해 「특별선언」으로 다시 발표 ▲국회의 4당대표가 전씨의 거처를 방문, 「현장신문」을 하는 형식 등 아이디어가 속출.
평민당은 이 같은 기본입장과 함께 『모든 문제는 노대통령의 후속 대응에 달려있다』고 밝히고 있어 전씨 문제를 고리로 삼아 이후의 공격목표를 노정권에 이동시킨 인상.
민주당은 전씨의 해명사과가 「크게 미흡하다」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별도의 진상규명조치가 추진돼야한다는 공세적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여론의 동향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이는 「선 진실규명·사법절차-후 사면조치」라는 지금까지의 전씨 문제에 대한 당의 접근방법을 확인한 것이며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특위와 청문회연기」라는 민정당의 요청은 일단 받아들이되 중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
이 같은 외향적인 강성 태세는 노대통령의 관련 후속조치와 여론의 동향을 지켜본 뒤 공세의 수위를 확실하게 조절하기까지의 잠정적 입장인 셈이다.
공화당도 5공 비리문제는 이제 전두환씨에게서 노태우대통령으로 바통이 넘어갔다는 입장.
공화당은 당초 전씨의 진실한 사죄→노대통령의 합리적인 사법적·행정적 처리→야당과 협조한 국민 화합적 뒷마무리란 해결책을 제시했었다.
이 3가지 단계 중 첫번째 단계는 일단 23일의 사과발표로 넘어가고 두번째 단계로 왔다는 것.
따라서 공화당은 2단계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4당 중진회동이든 영수회담이든 여권과 수습을 위한 회동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허남진·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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