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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정작 손에 땀은 안 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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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주연: 이문식,김유미
장르: 코미디
등급: 15세
홈페이지: www.gong2006.co.kr
20자평: 즉흥적인 웃음을 강요하는 엉성한 잔칫상

◆ 안소니 짐머

주연: 소피 마르소,이반 아탈
장르: 스릴러
등급: 12세
홈페이지: www.cjent.co.kr/anthonyzimmer
20자평: 범죄자의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범죄영화의 핵심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다.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달아나는 범인을 수사관이 최선을 다해 추격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액션, 두뇌싸움 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영화의 성공을 좌우한다.

그러나 11일 나란히 개봉한 한국 영화 '공필두'(감독 공정식)와 프랑스 영화 '안소니 짐머'(제롬 살레)는 전형적인 범죄영화의 공식을 깬다. 추격전의 긴장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정작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웃음('공필두') 또는 사랑('안소니…')이다.

'공필두'는 충무로의 코믹 조연 배우로 유명한 이문식(39)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그는 '황산벌'(2003년)의 병사 거시기에서 '달마야, 서울 가자'(2004년)의 묵언수행 대봉 스님을 거쳐 '마파도'(2005년)의 비리 형사 나충수까지 주로 어벙한 역할로 관객을 웃겼다. '공필두'에서도 '마파도'와 비슷하게 약간 바보 같은 비리 형사로 나온다. 그러나 다수의 유명 배우들이 공동 주연으로 힘을 모은 '마파도'와 달리 이번에는 단독 주연이라는 부담이 너무 컸던 탓인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올림픽에서 레슬링으로 동메달을 딴 공필두(이문식)는 경찰로 특채되지만 무능 때문에 계속 '물'을 먹는다. 전직 경찰이던 아버지(변희봉)는 나이 마흔이 다 돼가는 아들을 결혼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꾀병을 부려 병원에 입원한다. 필두는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쓰려다 폭력조직 2인자인 태곤(김수로)의 계략에 말려들고 조폭과 공범이라는 누명을 쓴다.

본격적인 추격전은 여기서부터다. 필두가 누명을 벗기 위해선 태곤을 잡아야 하지만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사실 태곤은 여자친구인 민주(김유미)와 다투다가 실수로 칼에 맞아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필두는 민주를 맹렬히 쫓아가고, 민주는 우연히 속옷 모델 용배(이광호)를 만나 함께 도망친다. 여기에다 태곤을 쫓는 시골 조폭과 용배를 쫓는 서울 조폭, 공필두를 쫓는 검사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여만 간다. 경찰이 되고 싶은 중국집 배달소녀(최여진)가 난데없이 등장해 필두를 도와주기도 한다.

영화는 격렬한 추격전의 와중에도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별별 희한한 사건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건과 사건의 엉성한 연결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제작진은 "진정성 없는 단순한 말장난이나 웃음을 위한 웃음이 아닌 통쾌한 웃음과 감동을 주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그 장담이 얼마나 관객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안소니…'에선 소피 마르소(40)의 원숙미가 눈에 띈다. '라붐'(1981년) 등으로 80년대 남성 영화팬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청순한 소녀는 어느새 불혹의 나이를 먹은 여인으로 성장했다. 20대 시절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빛이 바랬지만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기력은 새로운 매력으로 드러난다.

프랑스 경찰은 돈세탁으로 악명 높은 범죄자 안소니 짐머를 추격 중이다. 그러나 짐머는 성형수술 등으로 얼굴과 목소리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 이제 짐머를 잡을 유일한 고리는 짐머가 지독하게 사랑하는 여자 키아라(마르소)뿐이다. 그는 기차역에서 짐머의 메시지를 받는다. "미행이 있으니 기차에서 아무 남자나 유혹해 미행을 따돌려라"는 것이다. 키아라는 지시대로 프랑수아(이반 아탈)를 유혹해 고급 호텔에 함께 묵는다. 다음날 아침 키아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프랑수아는 난데없는 습격을 받아 이리저리 쫓기는 신세가 된다.

철저히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키아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짐머의 신비한 캐릭터는 영화의 핵심이다. 결말 부분에 가서야 드러나는 짐머의 정체는 관객의 허를 찌른다. 그러나 추격전의 팽팽한 긴장감을 원한 관객이라면 느슨한 이야기 전개에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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