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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이전프로젝트] 출장길 4시간...업무 효율은 언감생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세종 출퇴근 직접 체험해보니 

세종시가 출범한 지 6년이 흘렀지만 행정수도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길 과장’, ‘길 국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세종시에서 서울로의 출장이 빈번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성이 엄청나다.

세종시에서 서울로 가는 출장 횟수는 한해 4만회(‘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 2016)에 달한다. 그렇지만 이 수치는 공무원들이 실제 겪는 출퇴근과 출장의 고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필자들은 공무원들이 출퇴근하거나 출장하는 노선 그대로 세종시로 가봤다. 하루 동안 서울에서 통근하고 서울로 출장 가는 공무원이 돼봤다.

서울~세종 공무원 통근 버스는 사당, 양재, 잠실 등 서울 곳곳에서 출발한다. 당초 서울~세종 통근 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공무원증 소지자만 탈 수 있어 서울 양재동 남부터미널에서 세종행 시외버스를 탔다. 세종청사에 도착하는 데 1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하차하면 청사가 바로 보이지만 체감 시간은 더 긴 것 같았다. 세종 통근 버스는 출근 시간의 차량 정체를 우려해 서울에서 오전 6시부터 오전 6시 40분쯤 출발한다.

통근 버스까지는 괜찮았다. 한 시간을 넘겨 통근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그런데 진짜 문제는 빈도수가 잦은 서울로의 출장이다. 정부 부처는 상당수 세종시로 이전했으나 여전히 국회·청와대 등은 서울에 있기에 세종시 공무원들은 서울 출장이 잦다. 하지만 교통편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듯했다.

공무원들은 주로 KTX를 타고 출장을 간다. KTX를 타는 오송역은 세종청사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떨어져 있다. 30분이 걸려 오송역에 도착하면 오송역에서 서울역까지 또 1시간 정도 걸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국회, 청와대, 서초동 법원단지에 가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결재 받으러, 보고하러, 서류를 넘기는 데만 2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기타 부대 시간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 된다.

세종에서 서울 갔다 다시 세종으로 온다면 길에서만 4시간 이상 보내게 된다. 국회의 국정감사가 있는 기간에는 회의 한 번 하고 국회 출석하면 하루 업무가 끝나는 일이 다반사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국정감사 등으로 국회에 자주 출장 다니는 사이 정부 부처의 업무 효율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김기윤·방준영(경희대 정치외교학과 2) 국회이전프로젝트 대학생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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