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흥민 없었으면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한국 축구 공격수 손흥민이 20일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약체를 상대로 진땀승을 거둔 한국은 16강에서 난적 이란을 만나게 됐다. [반둥=연합뉴스]

한국 축구 공격수 손흥민이 20일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약체를 상대로 진땀승을 거둔 한국은 16강에서 난적 이란을 만나게 됐다. [반둥=연합뉴스]

강팀을 만나면 주눅이 들고, 약팀을 만나면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 한국 축구의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수식어는 옛말일 뿐이었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92위 키르기스스탄을 맞아서도 쩔쩔맨 끝에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세계 92위 키르기스스탄에 쩔쩔매 #손흥민 결승골로 간신히 16강 올라 #‘한국 킬러’ 이란과 23일 8강 다툼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20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잘랏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26·토트넘)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 골을 터뜨렸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17일 한 수 아래 상대인 말레이시아에 1-2로 진 뒤 후폭풍은 거셌다. 한국은 이날 키르기스스탄에도 패하면 조 최하위로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부진했던 공격수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골키퍼 송범근(21·전북)은 팬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소셜미디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손흥민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말레이시아 팬들의 조롱에 한국 팬들이 반박하면서 싸움장으로 변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 축구의 패배는 화제였다. 자카르타의 한 택시 기사는 “한국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겼는데, 말레이시아가 한국을 잡더라. 시계바늘이 1970~80년대로 돌아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키르기스스탄전에 황희찬·송범근 등을 제외하고, 정예 멤버를 기용했다. 공격수 나상호(광주), 골키퍼 조현우(대구) 등 바레인과의 1차전(6-0 승)에 나섰던 베스트11 중 9명에다 손흥민까지 선발로 내보냈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답답했다. 키르기스스탄이 필드 플레이어 9명을 내리는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치자 한국은 우왕좌왕하면서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전반에만 14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부진한 경기가 이어지자 선수들 사이엔 패스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황의조 대신 황희찬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그러나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손흥민은 위치를 바꿔가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보려 했지만, 손흥민에게 공이 연결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나마 세트 피스 상황에서 손흥민이 해결사 역할을 해냈지만 거기까지였다. 같은 시간 바레인(1승2패)은 말레이시아(2승1패)에 3-2로 승리했는데 만약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 졌다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을 뻔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 말레이시아에 지고, 92위 키르기스스탄에 한 골 차로 힘겨운 승리를 거두면서 E조 2위(2승1패·승점 6)로 쑥스럽게 16강에 올랐다. E조 2위 한국은 23일 오후 9시30분 F조 1위 이란과 16강전을 치른다.

F조는 막판까지 혼전이었다. 이란은 이날 열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약체 미얀마에 0-2로 패했다. 같은 시간 북한이 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물리치면서 이란,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미얀마가 모두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했다. 결국 골 득실에서 이란(+1)이 조 1위, 다득점에서 북한(4골)이 사우디아라비아(3골)를 따돌리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번번이 이란과 만났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9차례 맞붙었는데, 역대전적은 3승2무4패로 열세다. 1974년 테헤란 대회부터 32년간 2무4패를 기록하면서 이란 징크스에 시달렸다. 2010년 광저우 대회 3~4위전에서야 4-3으로 힘겹게 역전승했다. 까다로운 상대인 이란과의 16강전에서 대표팀 수비의 핵심 전력인 김민재(전북)가 빠지는 것도 악재다. 김민재는 이날 전반 17분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이란전에서 뛸 수 없게 됐다.

반둥=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