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보좌관은 '벼룩' …경공모의 독특한 비속어 사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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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51)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18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된 가운데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이 그들만의 비밀 별칭으로 김 지사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을 호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돈'과 같은 일반적 표현에도 드루킹 김씨 등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은 자신들만의 비속어를 동원했다. 이번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드루킹 특별검사팀 역시 김씨가 이끈 정치사조직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의 모바일 메시지 등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돈=개밥', '청와대=광화문' #경공모, '그들만의 용어'로 호칭 #김 지사는 불구속 기소 쪽 가닥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공모 회원들과 특검팀에 따르면 김 지사는 '바둑이', 김 지사가 현역 의원 시절 그의 보좌관을 맡았던 한모씨는 '벼룩'으로 불렀다. 드루킹 김씨도 지난해 12월 직접 작성한 문서에 ‘2017년 6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둑이(김 지사)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고 썼다.

바둑이라는 표현은 지난 4월 김성태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대목에도 등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경공모 활동을 했던 분의 제보를 받았다”며 경공모 대화방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방에는 드루킹 김씨가 회원들에게 “바둑이 지역조직을 만들기 위해 김해시에 거주하는 회원들, 김해 주변에 거주해서 앞으로 김해에서의 오프라인 참여가 용이한 회원들을 텔레그램 방에 묶어 운영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지사는 경남지사에 당선되기 전 김해 지역구에서 활동했다. 이 밖에도 고 노회찬 의원은 경공모 회원들 사이에선 '누렁이'로 불렸다.

정치권 인사뿐 아니라 돈이나 청와대 같은 일반 명사에도 경공모 회원들은 별칭을 붙였다. 돈은 '개밥', 청와대는 '광화문'이라고 불렀다. 드루킹 김씨는 경공모 회원들의 채팅용 애플리케이션(앱) '주주인'에 "모 정치권 인사에게 '개밥' 2000만원을 줬다"고 게시하기도 했다.

김경수 지사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는 경공모 회원 사이에서 '벼룩'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중앙포토]

김경수 지사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는 경공모 회원 사이에서 '벼룩'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중앙포토]

한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는 경공모 회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계급에 따라 정보를 차등적으로 제공했다”며 “계급이 낮은 경공모 회원들은 대화가 오가도 의미를 제대로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드루킹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25일 종료되는 등 수사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특검팀, 김 지사 불구속 기소로 가닥 

전날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지만 허익범(59ㆍ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 8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특검 사무실로 출근했다. 방봉혁 수사팀장 역시 전날과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특검팀은 남은 기간 보강수사를 통해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팀 관계자는 "구속수사가 전부는 아니다"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사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보강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특검 사무실 주변에 상주했던 보수 단체 인파는 18일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김경수 지사를 구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이따끔씩 들렸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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