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생짜 액션! 충무로 짝패 한 방 날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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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결과는 한마디로 '진짜 액션영화'다. 컴퓨터 그래픽(CG).와이어 같은 조미료 없이 몸과 몸이 부딪치고 발차기가 교차하는 '날 것'의 쾌감이 짜릿하다는 점에서 '진짜'이고, 멜로나 느와르 같은 다른 장르에 액션을 끼워넣은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호흡과 일치하는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액션영화'다.

한때는 '독수리 오형제'처럼 뭉쳐 다녔던 이들이 쇠락한 고향 도시의 개발 이권 때문에 누군가는 외부 세력과 결탁해 우정을 잔혹하게 배신하고 누군가는 의리의 복수극을 펼친다는 줄거리다. 이야기 전개는 놀랄 만큼 빠른 가운데 사방에서 적이 쏟아지는 십자로와 첩첩 미닫이문의 요정에서 각각 단 둘이 수백 명을 상대하는 두 차례 대형 활극이 영화의 정점을 이룬다. 액션의 피가 통하는 두 남자가 손을 잡은 이유가 뚜렷해지는 대목이다.

"꿈의 실현이죠. 지금까지 액션장면이 많은 영화를 찍어 왔지만, 진짜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어요. 육체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는 마당에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들었죠."(류)

"마지막 기회다 싶었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정)

슬그머니 나이 탓을 하는 두 사람이지만 영화 속 모습은 놀랍다. 특히 벽을 차고 공중을 가르는 정두홍의 발차기는 보는 이의 근육마저 전율케 할 만큼 눈부시다.

사실 이들이 얼마나 오래 액션영화를 꿈꿔왔는지는 충무로에 유명한 얘기다. 류승완은 "영화감독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모르던" 시절부터 청룽같은 액션스타가 꿈이었고, 정두홍의 경우는 그 모델이 장동휘와 박노식이었다.

"중절모 차림에 주먹을 날리며 멋지게 여자를 구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죠. 근데 막상 이쪽 일을 시작하니까 여자도 만날 두들겨 패야 하는 역할인 거예요. 제작현장에서도 스턴트맨은 사람 대접 못 받던 시절이었어요. 연기의 꿈은 일단 접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죠. 대접을 안 해주면 스스로 대접받을 만한 실력을 보여주자. 근데 지금은 달라요. 우리 서울액션스쿨에 오는 친구들도 다 연기의 꿈이 있더라고요. 홍콩에는 청룽, 태국에는 토니 자가 있는데 한국이라고 왜 안되냐는 거죠."(정)

이들이 라이브 액션, 즉 날것으로 승부를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예산(순제작비 25억원)이라 CG할 돈이 없었다"(류), "우리한테 황정민.류승범 같은 연기를 기대하겠냐"(정)는 것은 농담조의 답변이고, "이런 '생짜배기'액션이야말로 우리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진심이다.

여기에다 인라인스케이트.산악자전거가 등장하는 힙합풍의 새로운 액션을 가미해 속도감을 냈다. 아이디어는 진작부터 준비한 것인데 태국영화'옹박2'에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는 걸 보고 "미치는 줄 알았다"(정)고 한다.

"누구나 그렇듯 전에 없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죠. 중요한 건 영화랑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죠. 10대 패거리를 등장시킨 것은 새로운 액션뿐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의 몰락을 10대가 상징한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흔히 미래에 대한 희망을 10대에서 찾듯이, 난폭하고 오갈 데 없는 10대들의 모습은 이 도시가 희망이 없다는 얘기죠. 이 아이들과 맞서는 장면에서 정 감독은 그야말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요. 자기 고향에 왔는데, 정체 모를 애들하고 죽기 살기로 맞서야 하니까."(류) 은근히 이 영화가 현실감을 풍기는 대목이다.

류승완은 "때리는 자의 쾌감 못지 않게 맞는 자의 고통이 드러나는 것이 한국 영화의 액션"이라고 말했다. 그 맛의 또 다른 표현은 "몸이 우는 액션"(류)이자 "몸틀림의 액션"(정)이다. "대사가 그냥 말이 아니라 감정이 실려야 하듯, 액션도 발차기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상체를 서너 번씩 틀어줘야 한다"는 게 정두홍의 설명이다.

잔혹한 배신만큼 비장한 분위기가 흐르면서도 충청도 사투리의 능청스러운 맛을 빌려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이다. 이 두 사람은 100점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70점쯤이면 운전면허시험은 합격이잖아요. '짝패'가 그렇다면, 이후로 저예산으로도 진짜 액션영화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겠죠."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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